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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수준 차이로 만 17세에 만장일치 우승
청중상·평론가상·파리특별상 휩쓸어
워너클래식과 2026년 봄 목표로 데뷔 음반 준비
피아니스트 김세현이 26일 세종문화회관 서클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기자들의 질문에 수줍게 답하던 김세현은 "무대에 올라가면 잘 몰랐던 내재된 내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또 한 명의 K클래식계 별이 떠올랐다. 지난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롱 티보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우승한 김세현(18)이다. 한국 연주자의 콩쿠르 우승은 드물지 않은 일이 됐지만 김세현의 성취는 그중에서도 이례적이다. 사춘기 여드름이 드문드문 남은 앳된 얼굴의 10대인 그는 우승과 함께 청중상, 평론가상, 파리특별상을 모두 거머쥐었다. 심사위원단은 다른 참가자들과의 뚜렷한 실력 차를 이유로 2위를 공석으로 남기고 3위 이하만 시상했다. 지난달 8일에는 유럽 전승 기념일 80주년 기념 평화음악회에 유일한 피아니스트로 초청돼 파리 개선문 앞에서 쇼팽의 녹턴을 연주했다. 오는 8월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독주회를 열고, 2026년 봄 발매를 목표로 워너클래식 레이블 데뷔 음반도 준비 중이다.

김세현은 26일 세종문화회관 서클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결과에 대한 기대도, 생각도 없이 콩쿠르에 참가했는데 큰 사랑과 과분한 관심을 받게 돼 감사하다"며 "우승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이 생기는 등 콩쿠르 우승은 음악가로서 발전하는 데 큰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원학교 재학 중 도미(渡美)해 뉴잉글랜드 음악원(NEC)에서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당 타이 손 문하에서 수학 중인 김세현은 프랑스 작곡가들의 음악에 빠져 있다. 이날 기자들과의 첫 공식 만남에서도 포레와 샤를 트르네의 곡을 들려줬다. 그는 "당 타이 손 선생님과 공부하면서 프랑스 음악에 몰두하게 됐고 롱 티보 콩쿠르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었다"며 "연주차 찾았던 파리에서 센강의 야경에 홀렸다"고 콩쿠르 참가 계기를 밝히기도 했다.

"임윤찬은 비교 대상 아닌 존경하는 선배"

피아니스트 김세현이 26일 세종문화회관 서클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세현은 여러모로 밴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 후 슈퍼스타로 떠오른 피아니스트 임윤찬(21)을 떠올리게 했다. 단테의 '신곡'을 외울 만큼 읽었다는 임윤찬처럼, 김세현 역시 독서를 즐긴다. 하버드대에서 복수 학위 과정 중으로, 영문학을 세부 전공으로 선택할 계획이다. 그는 "글과 음악은 예술가가 가진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현실 세계에 생명을 갖게 할 수 있는 표현 수단이라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고 말했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으며 예술가가 추구하는 것을 청중이 100%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고 어떤 해석과 의견도 다 맞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도 했다. 요즘은 보들레르의 '여행'과 실비아 플라스의 '라자로 부인' 등 시를 주로 읽고 있다.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1901~1961)에서 딴 '소프로림스키(sofrolimsky)'인 임윤찬처럼 구세대 대가들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존경하는 연주자를 묻는 질문에 "살아 계신 분을 말하느냐" 되물어 좌중에 웃음을 안긴 김세현은 아르투르 루빈스타인(1887~1982), 알프레드 코르토(1877~1962)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자신을 드러내 1,000~2,000명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연주보다 한두 명을 변화시키는 연주가 의미 있다"며 "음악적·인간적으로 존경하는 백혜선, 당 타이 손 선생님처럼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윤찬에 대한 생각을 직접적으로 묻는 질문이 나오자 "존경하는 선배"라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으며 '이것보다 더 잘 칠 수가 있겠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세현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연주가 콩쿠르보다 끌린다"며 "지금으로선 다른 콩쿠르에 추가로 참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10대에 이미 직업 음악가의 길에 들어선 만큼 누리지 못하게 될 평범한 일상에 대한 미련은 없을까. "10대 때만 할 수 있는 경험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죠. 음악이 채워 주기 때문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꾸밈없이 지금 이 순간에 제가 하고자 하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세현이 26일 세종문화회관 서클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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