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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시작한 이스라엘군 대(對)이란 군사작전 ‘일어나는 사자’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이란이 당한 최대 규모 공격이었지만, 의외로 짧게 끝났다.

전면전 우려 속에서 시작한 전쟁을 12일 만에 속전속결을 낸 결정적 승부처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가 수년간 준비한 첩보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사드는 이번 전쟁에 앞서 이란 영토 내부에 비밀 드론 기지를 사전에 구축했다. 동시에 정밀 무기를 밀반입했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핵심 인물 동선을 완벽히 꿰뚫었다. 정교한 사전 작업으로 이란 눈과 귀, 두뇌를 단숨에 마비시킨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모사드 로고와 이스라엘 국기. /연합뉴스

이번 전쟁에서 세간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작전은 개전 첫날 벌어졌다.

과거 첩보전은 인적 정보(HUMINT)와 007 영화에나 등장하는 특수 장비가 지배했다.

이란 군부와 핵 개발 수뇌부 수십여 명을 한날 한시에 제거하려면 이전과 완전히 다른 계획이 필요했다. 모사드는 AI와 해킹, 심리전, 정밀 타격 기술을 더했다.

AI는 수년간 이란에서 인적 정보를 바탕으로 축적한 통신 감청, 위성 사진, 내부 협력자 보고 내용 등 방대한 빅데이터를 학습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호세인 살라미, 이란군 총참모장 모하마드 바게리 등 군 수뇌부 20여 명과 핵물리학자 페레이둔 압바시 등 핵 과학자 10여명 동선이 특정 시간에 주요 장소에서 겹친다는 ‘골든타임’을 정확히 예측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이란 테헤란 북쪽 건물. /연합뉴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 예측 시간에 맞춰 이란 군부 지휘통제(C2) 시스템과 방공망에 표적형 사이버 공격을 퍼부었다.

모사드는 무력화한 이란 핵심 인프라를 원격으로 조종하면서 이란 수도 테헤란 방공망을 장악했다.

방어 체계가 무너진 테헤란 상공에는 이스라엘이 띄운 소형 자폭 드론 수십 기가 벌떼처럼 날아들었다. 모사드 요원들은 수년에 걸쳐 이란 내부로 자폭 드론과 정밀 유도무기를 조각조각 밀반입해 조립했다.

이 드론들은 건물 창문으로 내부에 침투해 자고 있던 목표물을 정확하게 제거했다. 외과수술보다 정교한 공격에 이란 지휘 체계는 순식간에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란 시위대가 최근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혁명 수비대(IRGC) 사령관 호세인 살라미, 모하마드 바게리, 골람 알리 라시드,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왼쪽부터 오른쪽) 사진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심리전은 물리적 타격보다 더 집요하게 펼쳐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사드는 드론 공격에서 살아 남은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들과 그 가족을 상대로 강한 심리적인 압박을 가했다.

간부들 자녀가 집에서 보는 스마트 TV 화면에 갑자기 아버지 사진과 함께 살해 경고 메시지를 띄웠다. 모사드는 이들 가족이 함께 쓰는 AI 스피커를 해킹해 “아빠 다음 차례는 너” 같은 섬뜩한 음성 메시지를 송출하기도 했다.

특정 고위 간부에게는 보안 이메일로 그가 축적한 불법 비자금 내역과 해외 은닉 계좌 정보를 보냈다. 그리고 ‘정권을 버리면 살려주겠다’는 식으로 이탈을 종용했다.

혁명수비대 간부들은 이란 정보당국에서도 파악하지 못한 가장 깊숙한 비밀까지 모사드가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있다는 디지털 공포감에 시달렸다. 이 전략은 이란 지도부에 극심한 불신과 균열을 조장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 내내 이란 방공망을 뚫고 원하는 목표를 정확히 타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첩보전에서 압도적 우위를 과시하며 이란을 압박한 사례 가운데 하나다.

이스라엘 모사드 수장 데이비드 바네아(가운데)가 2024년 5월 예루살렘 헤르츨산 군인묘지에서 열린 추모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모사드 국장 데이비드 바네아는 25일 “이스라엘은 앞으로도 이란에 계속 머무를 것”이라며 이란 수뇌부를 조롱하듯 말했다.

광범위하고 세밀한 모사드 침투에 이란은 전쟁 내내 ‘내부의 적’에 대한 공포로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이란은 12일 전쟁 기간 이스라엘 연계 혐의로 700명 이상을 체포했다. 하루 평균 60여명을 잡아 들인 셈이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24일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 간첩들이 암살용 장비를 들여온 혐의로 남성 3명을 처형했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내부 숙청에 착수했지만, 이란 지도부를 뒤덮은 모사드 공포증은 여전하다. 이란 보안 당국은 최근 고위 관료들에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지난해 레바논 베이루트 헤즈볼라 일당 수천명에게 발생한 무선호출기 폭발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전쟁에 이란 내부 모사드 요원 수백 명이 개입했고, 모사드를 위해 일하는 이란 요원으로 짜인 특수 부대도 있었다”며 “이란 내에서 이스라엘 기습 공습 이후 정권 무능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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