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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라이딩 인생' 스틸컷. 지니TV 제공


'문화강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 문화강국'을 위한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K콘텐츠 창작과 해외 진출에 대한 국가 지원, K컬처 플랫폼 생태계 개선, 문화예술 인재 양성 및 지원 확대 등이 그 핵심 사안들이라고 한다.

K컬처는 '한류'에서 출발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드라마들과 아이돌 그룹들이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0년대 이후 K컬처는 지구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BTS) 노래가 2018년 빌보드 앨범 차트와 2020년 싱글 차트 1위에 올랐고,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이 2020년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상 등 네 개의 상을 받았다. 황동혁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2021년 세계적 돌풍을 일으켰고, 한강의 소설은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K컬처가 세계인에게 통한 것은 K콘텐츠의 힘에 있다. K무비, K드라마, K문학은 불평등, 경쟁주의, 역사적 트라우마 등 21세기적 의제를 다뤄 지구적 차원에서 공감을 모았다. 한편 BTS와 블랙핑크 등은 힙합·발라드·록·전자음악이 혼재하는 하이브리드 음악에 현란한 퍼포먼스를 더했고, 이런 K팝은 지구적으로 청년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K컬처는 한국 문화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구문화의 보편성을 지향하고 있다.

이 정도면 한국인으로서 '국뽕'을 넘어선 당당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마땅한 일이다. 다만 '문화강국'이란 말이 마음에 걸린다. 문화란 생활양식을 말한다.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판단하게 하는 의미체계를 지칭한다. 이런 문화의 특성을 고려할 때 어떤 나라든 자신만의 고유한 문화를 갖는다. 바로 이 점에서 한 나라의 문화가 다른 나라의 문화보다 낫거나 못하다고 평가하기란 애당초 어렵다.

일찍이 백범 김구는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높은 문화를 일구기 위해서는 자유의 나라를 만들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문화의 힘이란 말에는 경쟁하고 배제하는 '제로섬'이 아니라 우리 문화와 다른 문화가 함께 풍성해지는 ‘포지티브섬’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김구는 문화의 힘이 남들은 물론 자신에게 행복을 안겨줄 수 있다고 설파한다. 밖으로 문화산업 강국이 되는 것도 국가적 과제이지만, 안으로 국민 모두가 문화를 풍성하게 누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성년으로 자라나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고 K컬처의 다음 주역을 떠맡아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4세 고시' '7세 고시'와 같은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게 했으면 좋겠다. 이것이 진짜 문화의 힘 아닐까.



성지연 작가·'다시 만난 여성들' 저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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