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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 해체 계획 승인]
12년만에 부지 복원까지 가능할까
②사용후핵연료 현장 저장 불가피
폐기물 처분 방안 미흡 비판 여전
③해체 후 부지 무슨 용도로 쓰나
1호기는 해체, 2호기는 수명연장?
26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서 고리 1호기(오른쪽 첫 번째)가 보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고리 1호기로 사상 첫 원전 해체가 시작되면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그런데 원전 해체는 미국을 제외하면 선진국들도 해본 적이 없는 데다 사용후핵연료1 영구처분 방안도 마련되지 않아 아직 난관이 많다.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은 비(非)방사선 구역을 철거하고 해체지원시설을 구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과정만 약 6년이 걸린다. 이후 원전에 남아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 뒤 방사능 오염 구역의 건물과 구조물을 제염・철거한다. 마지막으로 부지를 복원하는 기간까지 합치면 약 12년이 걸려 2037년쯤 해체를 완료할 계획이다.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을 준비해온 한수원은 3개 전담 조직에 108명을 배치하고 기술인력 599명도 육성했다. 사용후핵연료 냉각·안전 설계 등 해체 핵심기술 58개를 확보하고, 해체 과정에서 종사자와 인근 주민의 안전을 위한 방호 및 환경감시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 기준 9,647억원의 해체 비용도 적립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같은 모델 美 원전 30년 걸리는데, 고리는 그 절반



원전 해체의 실전은 그러나 계획만큼 쉽지 않다. 지난달 기준 전 세계에 영구정지된 원전은 214기지만, 단 25기만 해체가 완료됐다. 발전용 원자로 해체 경험이 있는 건 미국뿐인데, 이 중 상당수는 해체 완료에 20~40년이 걸렸다. 고리 1호기와 같은 모델인 미국 케와니(Kewaunee) 원전은 2022년 해체 작업을 시작했고 2055년에 최종 완료가 예상된다.

해체가 오래 걸리는 이유 중 하나는 수십 년에 걸쳐 방사능 농도를 낮춘 뒤 해체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하는 '지연해체' 방식 때문이다. 고리 1호기처럼 같은 발전소 내 다른 원전을 운영 중인 경우에도 대개는 이 방식이 적용된다. 반면 한수원은 고리 1호기 해체 실증에 속도를 내기 위해 15년 안팎으로 시간이 덜 걸리는 '즉시해체' 방식을 선택했다. 한수원은 “고리 1, 2호기가 공동 사용하는 배관을 2호기 전용 설비로 전환하고, 사고 발생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했다”고 설명했지만, 우려는 남는다. 이강근(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원안위 위원은 "사고 시나리오에 기후변화로 심해지는 극한 재해 상황을 고려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체 완료 부지에 사용후핵연료는 그대로?



사용후핵연료 처분도 관건이다. 한수원은 일단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지어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건식저장시설은 예정대로 내년 건설허가를 받으면 2031년쯤 완공될 예정이다. 임시가 아닌 영구처분시설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완공 시기가 2060년으로 돼 있고, 그 전 단계인 중간저장시설은 2050년으로 계획돼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폐기물 처리 방안이 완성되지 않은 채 해체부처 시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부지 내에 사용후핵연료를 계속 보관해야 하는 상황을 '복원 완료'라 보기는 어렵다”며 “2050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만드는 것도 부지 선정부터 순탄치 않아 해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복원된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미정이다. 해체 작업이 끝난 부지는 방사선 피폭선량이 연간 최대 0.1밀리시버트(mSv) 이하로 평가되면 규제 대상에서 해제된다. 사람이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더라도 위험하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이강근 위원은 “화강암 지역 연간 방사선량이 2~3mSv인데, 0.1mSv가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 합리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미국은 해체 부지를 기존 전력설비를 활용해 가스화력이나 태양광 발전소를 짓거나 주차장 등으로 재이용하는데, 한수원은 아직 계획을 정하지 않았다. 바로 옆에 있는 고리 2호기가 더 가동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제무성(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위원은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해체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고리 2호기의 설계수명이 만료된 2023년 계속운전 승인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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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연료. 방사능 농도가 높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분류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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