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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의 모습.(기사와 관계 없음) 연합뉴스

병원에 입원했다가 항생제가 듣지 않는, 소위 수퍼박테리아에 감염돼 숨지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26일 공개한 법정감염병 발생 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CRE) 감염증 사망자가 838명으로 집계됐다.

이 감염증은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장내세균목(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ales)을 말한다. 장내세균목의 균종은 사람의 장에서 정상적으로 존재하는데, 요로나 혈류 등 다른 부위로 유입되어 요로 감염, 혈류 감염, 상처 감염 및 폐렴과 같은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카바페넴은 심각한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항생제이지만, 내성을 획득한 세균에는 효과를 내지 못한다. CRE는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여서 공중 보건의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

CRE 감염증은 환자나 병원체 보유자와 접촉해 감염된다. 또 오염된 의료기구나 물품, 오염된 환경의 표면에서 전파된다.

CRE 감염증은 2017년 3군 감염병(전수 감시 대상)으로 전환되면서 그해 5717명 발견된 이후 매년 많이 증가해 지난해 4만 2347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사망자도 2017년 37명 발생한 이후 매년 크게 증가한다. 2019년 203명, 2021년 277명, 2022년 539명, 2023년 663명, 2024년 837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정희진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누구나 장내 세균을 가지고 있는데 항생제를 많이 쓰면 내성균으로 바뀌어 CRE 감염증이 된다. 감염된 환자의 분변 등을 통해 다른 환자로 감염된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병원에 자주 입원하거나 오래 입원하는 환자가 많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 의료진 손을 통해 감염되기도 하고, 침상이나 공용 화장실에 세균 묻어있다가 옮기기도 한다. 한국은 병실이 다인실로 돼 있기 때문에 더욱 취약하다"고 말한다. CRE 감염증으로 판명되면 1인실에 격리한다.

김 교수는 "CRE 감염증을 치료할 만한 약이 별로 없다. 다국적 대형 제약사가 개발할 약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고, 개발된 약도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라고 말한다. CRE는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세균이라는 의미에서 대표적인 수퍼박테리아로 분류된다. 예방 백신이 없다.

질병청은 "인공호흡장치, 중심정맥관, 도뇨관을 사용하고 있거나 외과적 상처가 있는 중환자의 감염 위험이 높다. 주로 요로 감염을 일으키며 위장관염, 폐렴 및 패혈증 등 다양한 감염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또 "카바페넴 내성을 나타내는 경우 여러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어렵다"고 한다.

김남중 교수는 "2차 병원보다 상급종합병원이 항생제를 많이 쓰기 때문에 CRE에 취약한 편이다. 일부 요양병원 환자도 CRE 감염증이 확인된다. 요양병원은 다인 병실이 더 많다"고 말한다.

정희진 교수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CRE 감염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2050년 세계에서 항생제 내성균으로 한 해 1000만명이 숨질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600만~700만명인 점에 비하면 훨씬 위험하다"며 "항생제 내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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