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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계획에 없던 애드리브로 야당에 호소했고, 야당은 기립과 악수로 예의를 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남색 정장에 남색·흰색이 섞인 넥타이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위해서였다. 이 대통령이 입장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좌석 옆 통로에 늘어선 채 박수로 환대했다. 이 대통령은 이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전날까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로 여당과 거칠게 충돌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오전 10시가 좀 지나 이 대통령 입장 직전이 되자 대부분 본회의장에 입장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항의성 피켓도 없었다.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정 연설 때도 야당이던 민주당이 참석했다. 첫 시정연설이란 차원에서 최소한(이면서), 최대한의 예의를 갖췄다”(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첫 국회 시정 연설 때 여야 의원들과 6분가량 악수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 연설에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이 대통령은 단상에 이르러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 국민의힘 쪽을 향해 차례로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연설을 시작했다. 연설 동안 박수는 여당에서만 총 12차례 나왔다. 영상을 찍거나 메모를 하는 민주당과 달리,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눈을 감고 있거나 휴대전화를 봤다.

이날 첫 박수는 “(외교에는)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돼야 한다”는 대목에서 나왔다. 이때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는데 (그렇게 박수 치면) 쑥스러우니까”라고 했다. 이때부터 이 대통령은 준비된 원고에 없던 애드리브로 야당을 수차례 언급했다. 추경 예산안을 설명하면서 이 대통령은 “우리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추가할 게 있다면 언제든지 의견 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삭감에 주력” 대목에서는 야당에서 항의성 목소리가 잠시 나오기도 했지만, 큰 소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끝맺을 때도 야당 쪽으로 몸을 돌린 채 “국회의 적극 협력”을 부탁하며 “우리 국민의힘 의원님들 어려운 자리 함께해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멘트를 즉석에서 추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연설을 마친 뒤 퇴장할 때는 망설임 없이 야당 의원들부터 찾았다. 이 대통령이 다가와 악수를 청하자 야당 의원들도 이때는 대부분 일어나 악수하며 예의를 표했다. 강명구 의원은 이 대통령과 악수하며 허리 굽혀 인사했고, 박성민 의원도 여러 차례 허리를 숙여 존중을 표했다. 내란 특검 수사 대상인 추경호 전 원내대표도 이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후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본회의장 뒤쪽에 앉아있던 권성동 의원과 악수하며 몇 마디 나누던 이 대통령이 웃으며 권 의원의 어깨를 툭 두드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권 의원은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 질문에 “(김민석) 총리 임명 안 된다고 두 번 얘기했더니 ‘알았다’고 하고 툭 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민의힘에서는 나경원 의원과 임종득 의원이 악수하며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철회를 요구했는데 이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유용원 의원과도 악수하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이번 추경에 군 간부 처우 개선 예산이 빠져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며 “(이 대통령이) ‘하급 간부 문제가 심각하죠’라며 공식적으로도 요청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이 대통령 옆에서 사진을 찍으라는 권유에 “사진을 찍을 게 아니라 (송미령) 장관의 유임을 철회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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