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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CBDC 1차 실험 30일 종료...2차 시작 지연될 듯
CBDC 실험두고 은행권과 ‘저조한 실적·비용 부담’으로 마찰
CBDC와 스테이블코인 각각 장단점 달라 협력안 논의 중

그래픽=조선DB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한은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기술적 검증과 시범 사업을 지속하며 디지털 원화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반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민간 기반의 디지털화폐 생태계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CBDC 2차 실증실험도 연기될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지난 3월부터 시중은행과 함께 진행해 온 CBDC 실증실험인 ‘프로젝트 한강’이 오는 30일 마무리된다. 이 실험은 예치한 예금을 전자토큰으로 바꿔 가맹점 결제처에서 현금처럼 쓰도록 만든 게 골자였다. 한은은 이를 기반으로 오는 10월 개인 간 송금, 가맹점 확대 등을 추가한 2차 실증실험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은행권은 정부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실험을 강행하는 데 반발하고 있다. 이에 2차 실증실험 일정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CBDC보다는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원화(KRW)에 자사 브랜드 KB, Hana등을 붙인 상표를 출원했으며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관련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CBDC와 스테이블 코인은 모두 디지털 자산이다. 다만 CBDC는 중앙집중형 구조로, 정부와 중앙은행이 발행·유통·감독을 모두 통제한다. 금융정책 집행과 불법자금 추적에는 유리하지만, 국가별로 설계와 규제가 달라 상호 운용성이 떨어지고, 대부분 자국 내 결제에 한정되는 점 등이 문제로 꼽힌다. 반면 스테이블 코인은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형 구조로, 국경과 시간 제약 없이 누구나 디지털 지갑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는 금융포용성과 글로벌 접근성 측면에서 우위가 있다.

시중은행들은 한은이 CBDC 실험에 대한 명확한 상용화 계획이나 장기적인 비전 없이 은행권에 막대한 비용과 자원 투입을 요구한다고 지적한다.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이번 1차 실험에서 약 300억원을 부담했으나 실증실험의 참여율이나 성과는 기대치보다 훨씬 저조했다. 그럼에도 한은 측은 여전히 비용 부담에 소극적이고 실험만 재촉한다는 설명이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현 금융시스템에서 카드나 간편결제 등 다양한 형태로 지급·결제가 가능한 원화를 CBDC로 한 번 더 전환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 결제할 이유가 없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뉴스1

반면 한은은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비은행권의 스테이블 코인이 확산하면, 은행 예금의 대규모 인출 사태 ‘뱅크런’처럼 ‘코인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 회사는 법정 화폐와 연동된다는 약속을 보증하기 위해 단기 미 국채 등을 사들인다. 1달러어치 코인을 발행하면 1달러어치 국채를 사서, 코인 보유자들이 다시 달러로 바꿔 달라고 할 때 국채를 팔아 달러를 준다. 그런데 보유자들이 위기 상황에 스테이블 코인을 대거 팔아치울 경우, 국채 대량 매도로 이어져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되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우려도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비은행이 발행하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발행될 가능성이 크다.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될 경우 해당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운영 주체가 해외 기업이거나 외국에서 개발된 플랫폼일 수 있다.

이 경우 실제 결제·송금·거래 기록 등 지급결제 데이터가 국내가 아닌 해외 사업자 또는 외국 서버에 저장되고, 이 데이터의 관리·감독 권한도 국내 기관이 아닌 외부에 넘어갈 수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국내에서 유통되더라도, 그 결제 인프라와 데이터가 외국의 퍼블릭 블록체인에 의존하게 되면 지급결제 주권과 데이터 주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2차 CBDC 실험도 진행하는 방향으로 은행권과 논의 중이다. 또한 시중은행들이 우려하는 비용에 대해서도 한은 측이 좀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은의 의도나 중앙은행으로서의 우려도 이해하지만, 금융업의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이 중요해 보인다”며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보다는 두 모델을 함께 사용하는 방법 등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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