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에 “유족과 충분히 협의를” 즉석 지시
제이티비시(JTBC) 뉴스 유튜브 갈무리
“아까 들어올 때 보니까 고함치는 분 있던데 들어오라 하시죠. 무안 어쩌고저쩌고. (옆에서 이야기 듣고) 아, 여객기 참사 얘기였어요? 고함치는 분 있던데 마이크 줄 테니까 들어와서 말씀하시라고 하십시오.”
25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호남의 마음을 듣다’ 간담회를 연 이재명 대통령은 마이크 앞에 앉아 모두발언을 시작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후 광주 군·민간 공항의 통합 이전 이슈 등 호남 지역 여러 현안에 대한 대화가 오갔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에게도 발언 기회가 생겼다. 노란 글씨로 ‘진상 규명’이라 적힌 모자를 쓴 유가족들이 흐느끼거나 울먹이며 뒤편에 서 있었는데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진상규명’ 모자 쓰신 분 말씀 들어보겠다”며 마이크가 전해지게 했다. 유가족이 입은 파란 티셔츠에는 ‘우리는 알고 싶습니다. 왜 179분이 돌아오지 못하셨는지’라고 적혀 있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김유진 대표가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해 온 글을 읽어내려갔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협의회 대표 김유진이다. 먼저 저는 이번 참사로 사랑하는 아빠, 엄마, 그리고 남동생이 희생돼서 저만 홀로 남았다. 오늘은 참사로 179분의 소중한 가족 잃은 지 179일째 되는 날이다.
179일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179일 동안 무안공항 셸터(임시텐트) 찬바닥에서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유가족들이 있다. 가족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모든 국민이 안전한 비행기 탈 수 있도록 저희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명명백백히 밝혀주시고 책임자에 대한 가장 엄중한 책임 물어달라.
그로 인해 무안공항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런 참담한 참사로 가족 잃는 사람 없도록, 다시는 저희 같은 고통에 사는 국민 없도록 안전한 나라 위한 재발 방지법들이 제정되도록 대통령이 약속한 만큼 항공 안전 공약 이행과 더불어 특별법 시행령에 오로지 근로자들만 한정된 저희들의 치유 휴직을 공무원이나 자영업하는 유가족도 해당되도록 유가족들에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부탁한다.
또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 전달하기에 정말 많이 부족하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유가족과의 면담을 간절히 또 간절히 요청한다.
마지막으로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 오늘은 6월25일이다. 참사가 일어난 지 179일임을 기억해 주시고 여기 계신 분들과 호국영령과 저희 희생되신 179분을 위한 잠시 묵념을 부탁드리겠다.
이 대통령은 “진상규명은 수사 기관에서도 하고 있으니 좀 기다려 보시고, 지금 당장 한다고 해서 제가 나선다고 특별히 더 뭐가 될 거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피해자가 근로자냐 공무원이냐에 따라 차등이 있다는 건 뭐냐?”고 물었고 김 대표는 “(특별법에서) 법적으로 근로자만 치유 휴직이 된다. 공무원은 자기들의 병가 써야 하고 자영업자는 전혀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에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이 대통령은 갸웃하며 “특별법 시행령을 얼마 전에 제가 결재했는데, 그때 (국토교통부가) 유가족 피해자들과 다 충분히 협의했다고 하던데요?”라고 물었다. 앞서 12·29 여객기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이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바 있다.
김 대표는 이에 유가족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국토부에 얘기해서, 왜 그랬을까 모르겠는데, 충분히 얘기 듣고 다 반영했다고 주장했거든요?”라고 말했다. 유가족 쪽에선 “전혀 없다”는 외침이 들려왔다.
이 대통령은 “(국토부에) 다시 한번 피해자들과 대화를 해보라고 하라”며 “그렇게 하고 그래도 또 부족하면 그때 가서 더 얘기해 보겠다. (유족이) 국토부와 대화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송경화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