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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추경 편성 이유 설명하며 “협조” 당부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오늘 이 자리가 우리의 빛나는 의회주의 역사에 자랑스러운 한 페이지로 기록되기를 희망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엿새만인 2022년 5월16일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을 했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다.

윤 전 대통령은 “빛나는 의회주의”로 연설을 마무리했지만, 2년7개월 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며 국회 안으로 군인들을 난입시켰다.

첫 시정연설에서 윤 전 대통령은 의회주의를 유독 강조했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의회주의는 국정운영의 중심이 의회라는 것이다. 저는 법률안, 예산안뿐 아니라 국정의 주요 사안에 관해 의회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과 긴밀히 논의하겠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연금·노동·교육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국회의 초당적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022년 5월1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에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그러나 정치 경험 없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의회주의’는 사실상 급조된 정치적 레토릭이었다. 이후 일방적 국정 운영과 검찰·감사원 등을 동원한 야당 압박 행태가 지속됐다. 사상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서 전체가 동원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수사에 투입되기도 했다. 대선 경쟁 상대였던 낙선자에 대한 전례 없는 정치 보복이었다. 사정기관의 힘을 동원해 여소야대 구도에 현상 변경을 시도하자 여야 협치는 사라졌다. 대통령의 인사 강행과 거부권 남발, 야당의 탄핵 추진과 법안 단독 처리가 반복됐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10월과 2023년 10월 국회를 찾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그러나 2024년 9월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선출된 대통령으로는 처음이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 대통령을 향한 조롱과 야유,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에 가서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오시라고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는가”라고 했다. 그해 11월에는 예산안 시정연설에 한덕수 국무총리를 대신 보냈다. 이 역시 11년 만의 일이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최소한 2024년 초부터 국회 해산을 포함한 비상계엄을 모의하고 있었다. 부정선거 망상에 빠져있던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아예 국회를 없애버릴 계획을 짰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무시와 개원·시정 연설 불참은 비상계엄 선포의 징조였던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22일째인 26일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을 했다. 역시 추가경정예산안의 빠른 처리를 당부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나라,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대통령 혼자 할 수 없다”고 했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정부가 시급하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이유”를 설명하며 “국회의 협조를 구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에 국회가 적극 협력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압도적 여대야소,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된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마무리 역시 ‘의회’였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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