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 흐름이 심상치 않다. 그 근본 원인은 “향후 3년 이상 지속될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믿음이 시장에서 점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부동산 규제 강화’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집값을 잡으려고 내세운 부동산 규제가 집값을 더 올리고 있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시발은 토지거래허가제의 확대이다. 지난 2월 12일 그동안 토허제가 실시되었던 청담동, 삼성동, 대치동 및 잠실동의 토허제가 해제되자 그동안 눌려왔던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가격이 올랐다.
이에 깜짝 놀란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한 달여 만인 2025년 3월 19일 강남3구뿐 아니라 용산구 전체의 아파트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한다고 발표하고 3월 24일부터 재지정되었다.
토허제가 실행되면 그 지역에서 실제로 거주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매수할 수 있는 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려는 갭투자를 막을 수 있다고 정부는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시장에서의 반응은 거꾸로 나타났다. 토허제가 재지정된 3월 24일부터 이 글을 쓰고 있는 6월 중순까지 12주간 아파트 매매가는 강남구 6.8%, 서초구 6.2%, 송파구 4.0%, 용산구 3.5%나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0.1%는 물론 서울시 평균치인 2.3%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토허제 재지정 이후 대상 지역의 집값이 토허제가 적용되지 않는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허제가 처음 시행되는 서초구를 살펴보면 더 황당하다. 토허제가 시행되기 직전 12주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6%에 불과했는데 토허제 시행 후 12주간 상승률은 6.2%에 달한다. 토허제 시행 이후 매매가 상승률이 이전보다 열 배나 더 커진 것이다.
그러면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시장이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토허제는 집값을 억제하려는 정책이 아니라 거래를 제한하려는 정책이다. 정확히는 주택 수요를 줄여 집값을 잡으려는 것이다. 토허제, 매물도 줄어든다하지만 정부에서 간과한 것이 있다. 토허제는 사려는 사람도 줄이지만 팔려는 매물도 같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토허제가 시행되는 지역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계약일로부터 일정기간 안에 실거주를 시작해야 한다. 이 조건을 갖춘 사람만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지만 이런 조건이 갖춰진 매물만 거래가 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다시 말해 임대 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 매물은 토허제 실시 이후에는 거래를 할 수 없고 이는 매물 감소로 이어진다.
부동산 사이트 아실에 따르면 토허제 확대가 시작되기 직전인 3월 21일에 (토허제 대상 지역인) 강남3구와 용산구의 매매 매물은 2만4794건이었는데 6월 16일 현재는 1만7426건으로 30%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동안 서울의 나머지 21개 자치구의 매물 감소폭은 10%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토허제가 매물을 철회하는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토허제 실시 직전인 3월 21일에 비해 실시 직후인 3월 25일의 매물 감소폭이 무려 8%에 달한다.
이렇게 매물이 줄어드는 것에 비해 집을 사려는 매수 대기자는 줄어드는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은 현재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투기적 의도가 있는 다주택자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실거주 의사가 없을 테니 토허제만 시행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7·10 조치 이후로 시장의 주도권은 다주택자에서 실수요자로 넘어갔다. 매수가의 12.4~13.4%의 취득세를 내면서 투자할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집을 사는 사람은 30대를 중심으로 한 실수요자들이다.
결국 사려는 사람도 조금은 줄어들지만 팔 수 있는 매물은 그보다 더 빠르게 줄어드니 거래량은 감소하지만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집값 상승률이 더 가팔라지고 있다.
소위 ‘진보 정권’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다음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진보 계열 정권만 들어서면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는 했다.
보수계열 정부의 전국 아파트 평균 상승률이 4.5%라면 진보계열 정부의 평균 상승률은 무려 36.9%나 되었던 것이다. 서울의 경우는 더 심각하여 1.3% 대 59.5%나 된다. 이것이 어쩌다 한두 번 나타난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문민정부 출범 이후 일곱 개 정권을 거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러니 사람들은 진보계열 정권이 들어서자 앞으로는 집값이 오를 거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현 정부 인사들은 매우 억울해할 것이다. 대선 기간 중에 이재명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 하지는 않겠다”는 공약을 여러 차례 피력하였고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그야말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시장에서 오해를 해서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는데 집값 오르는 이유하지만 그것이 아니다. “현재 시장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집값이 더 오르면 추가 규제 지역 지정 등 규제 카드를 쓸 수도 있다”라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집값 상승을 자극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있기는 한데 집을 사면 안 되겠다는 겁이 아니라 집을 빨리 사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겁을 주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규제 중에서 가장 약한 것이 조정지역 지정이고 그다음이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다. 가장 강력한 것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하겠다. 그런데 가장 약하게 보이는 조정지역이라도 지정이 되면 매수자 입장에서는 어찌될까? 2년 실거주 요건이 생기는 것이다.
토허제처럼 당장 실거주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지만 양도소득세 비과세 또는 감면을 받기 위해서는 2년 실거주를 해야 한다. 이전 매도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기존 세입자가 있다면 임대 기간을 지켜줘야 하고 계약갱신 청구권까지 지켜줘야 한다. 그러고 나서 세입자의 이사 일정에 맞추어 본인이 자기의 집에 입주를 하고 2년 이상의 실거주를 해야 비로소 그 집을 팔 수 있다.
하지만 조정지역이 아닌 비규제 지역의 경우는 2년 보유만으로 양도세 비과세나 감면을 받을 수 있다.
매수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조정지역으로 묶이기 전에 집을 사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조만간 규제를 실행할 것이라고 하니까 마음이 바쁘다. 이러니 소위 ‘패닉 바잉’이 생기는 것이다.
매수자의 조급증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 7월부터 시행되는 DSR 강화 조치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줄이고 더 나아가 집값 상승 억제책으로 준비한 대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7월 이전에 집을 사지 않으면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든다는 신호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이러니 기존에 조정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이미 묶여 있다가 토허제까지 시행되고 있는 강남3구와 용산구에는 매물 부족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있는 매물도 막상 사려고 하면 매도자가 계좌번호를 주지 않거나 가격을 올려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생기고 있다. (패닉바잉으로 인해) 시장에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이 씨가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직은 규제 지역에 묶이지 않은 과천, 성동구, 마포구, 광진구, 강동구, 양천구, 분당구 등으로 매수세가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이고 이들 지역도 매물 부족으로 매도자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집값을 잡으려는 규제가 집값을 올리고 있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규제 강화로 집값을 잡으려 했던 과거 진보 정권 때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현 정부에서는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