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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라고 이름 붙인 2025 회계연도 예산안 통과가 늦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에 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장담했지만 예산안에 따른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의원들도 세부 내용을 조정하고 있다.

이 예산안에는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안도 패키지로 들어가 있다. 이미 막대한 규모의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이 부채한도 증액안도 빠른 시일 안에 통과시키지 못하면 또다시 국제사회에서 신용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부채한도 넘어선 지 오래
재정적자는 세수 등 정부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을 때 생긴다. 미국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는 등 빚을 져 재정적자를 메운다. 미국의 2024 회계연도(2024년 9월 30일 기준) 재정적자는 약 1조8300억 달러였다. 이에 따른 정부부채는 36조4000억 달러다. 이후 재정적자와 이에 따른 정부부채가 더 늘어 6월 18일 기준 미국의 정부부채는 약 36조9900억 달러다.

현재 미국 정부부채 36조9000억 달러는 의회가 정한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36조1000억 달러를 훌쩍 넘은 상태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란 의회가 법으로 정한 미국 정부의 총 부채 발행 한도를 뜻한다. 연방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빚을 낼 수 있는 최대 총액을 정해 놓은 상한선이다. 이 한도를 넘어서면 정부는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특별회계조치를 시행 중이다. 새로운 국채 발행 없이 기존 기금을 활용하여 재정부담을 감당하는 일종의 ‘유예 수단’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퇴직연금 및 우편연금 펀드의 투자 중단, 연방직원 저축펀드(G Fund) 투자 일시 중단 등이 특별회계조치에 해당한다.
예산안에 부채한도 증액 포함
트럼프 예산안의 핵심은 세 가지다. 트럼프 1기 때 시행했던 감세안을 연장하고 팁·초과근무수당 면세 등 세액공제, 부채한도 증액 등이다.

미국 공화당 소속 랜드 폴 상원의원이 6월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예산안을 7월 4일까지 의회를 통과시켜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막대한 규모의 재정적자로 국제사회 신용을 잃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예산안 또한 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커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화당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도 크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6월 3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폴 의원은 법안에 포함된 5조 달러 규모의 부채한도 상향 조항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 조항은 (재정) 보수주의 가치에 반한다”며 “부채한도를 5조 달러 더 늘리면 결국 그 수준까지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폴 의원은) 모든 사안에 반대표만 날리고 아무 건설적인 아이디어도 제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안에 반대한다면 민주당과 급진 좌파를 돕는 셈이며 (폴 의원 지역구인) 켄터키 주민은 이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폴 의원 외에도 론 존슨, 마이크 리, 릭 스콧 등 공화당 상원의원 최소 3명이 재정적자를 이유로 ‘트럼프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 상원의원은 100명이며 이 중 공화당 의원은 53명이다. 민주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의장을 겸하는 JD 밴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예산안이 상원을 통과하기 위해선 공화당 의원 5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지금처럼 공화당 의원 4명 이상이 반대하면 예산안 통과가 어려운 것이다.
재정 사수 위해 법안 수정 들어가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로 예산안 통과가 어려워지자 의회에선 세부 내용 조정에 들어갔다. 6월 16일(현지 시간) 상원 재무위원회가 공개한 법안 개정안 초안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기 때 도입한 세금 감면 및 일자리창출법(TCJA)을 영구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미국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됐다. 초안에 따르면 팁은 2028년까지 최대 2만5000달러 공제, 초과근무수당은 2028년까지 1만2500달러 공제 등으로 한도를 설정했다. 자동차 대출 이자도 2028년 1만 달러까지만 공제받을 수 있다.

하원이 막판에 추가해 법안을 통과시킨 주 및 지방세 공제 한도 4만 달러 상향은 백지화해야 한다는 게 초안 내용이다. 부채한도 5조 달러 증액에 관한 내용은 하원안이 그대로 유지됐다.
의회예산국(CBO)은 이번 예산안으로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약 2조8000억 달러 증가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CBO는 예산인이 재정적자를 2조4160억 달러 증가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CBO는 여기에 세법 개정에 따른 금리, 인플레이션, 경제성장 등 거시경제의 변동과 그로 인한 연방정부 재정수지 효과를 추가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거시경제 변화로 연방정부 수입은 1240억 달러 늘어나고 비이자 지출은 390억 달러 각각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이자 지출이 4410억 달러 늘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성장에 따른 효과보다 높은 금리 비용에 따른 이자 지출 증가분이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정적자 확대는 곧 국채 발행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뜻이다. 시장에 채권이 많이 풀리면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가 커져 투자자들의 국채 입찰 참여가 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미국 재무부가 5월 21일(현지 시간) 오후 1시쯤 진행한 미 국채 20년물 경매에서 낙찰 금액 대비 응찰 금액의 규모가 평소보다 적었던 데다 수요 부진으로 발행 금리도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연 5.047%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미 국채금리도 덩달아 뛰기 시작했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가 202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연 5%를 넘어서기도 했다.
셀 아메리카 가속화
미국이 계속해서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으며 각국 중앙은행들이 3월 이후 미 국채를 매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6월 1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메건 스위버 등 전략가들은 ‘외국의 미 국채 수요에 균열이 보인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평가했다.각국 중앙은행과 공공기관들이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에 보관 중인 미 국채가 3월 말 이후 480억 달러 줄어들었다는 게 보고서 설명이다.

또 미국 중앙은행(Fed)의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잔고에서 외국의 보유액도 3월 말 이후 150억 달러 정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올해 들어 9% 넘게 하락한 상태다. 보고서는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각국 중앙은행이 미 국채를 사는 게 일반적인 만큼 현 흐름은 “이례적”이라고 봤다.

뉴욕=박신영 한국경제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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