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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해방물결, 2025 국내 소싸움경기 실태조사 보고서
26일 국내외 동물단체들이 국내 소싸움경기의 실태와 문제점을 담은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를 보면, 싸움소들은 좁은 계류장 안에서 24시간 이상 방치되고, 이동·경기 중에 거칠게 다뤄져 다치고 피 흘리는 모습이 다수 관찰됐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싸움소가 좁은 계류장 안에서 24시간 이상 묶인 채 방치되고, 경기 중에 이마와 뿔, 귀, 코 등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는 안타까운 모습이 공개됐다. 훈련을 시킨다며 소에게 폐타이어를 끌게 하면서 채찍질을 가하는 동물 학대 현장도 드러났다.

26일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은 국내 소싸움 경기의 실태와 문제점을 지적한 ‘2025 국내 소싸움경기 실태조사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에는 전국 소싸움대회(소힘겨루기대회) 운영 현황과 관련법·제도, 싸움소 선발과 훈련·이송·경기 과정에서의 문제점, 영남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등이 종합적으로 담겼다. 단체들은 이날 보고서와 함께 계류장, 경기장, 농가 등 다양한 현장 상황을 담은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조사는 경북 청도군 내 싸움소 사육농가 3곳과 상설 경기장인 ‘청도소싸움경기장’, 소싸움대회가 열리는 경남 의령·창녕·창원, 대구 등 4개 지역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는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약 4개월간 이뤄졌다.

조사 결과, 싸움소들은 경기 전 계류장에서 24시간 이상 대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들은 좁은 계류장 안에 묶인 채 기본적인 움직임과 행동반경을 제한당한 채 방치됐는데, 묶인 소들 가운데 일부는 바닥을 반복적으로 핥는 모습이 목격됐다. 보고서는 소들의 이런 행동을 “스트레스로 인한 정형행동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싸움소들은 경기 전 계류장에서 24시간 이상 대기하면서 기본적인 움직임과 행동을 제한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묶인 소들 가운데 일부는 바닥을 반복적으로 핥는 등 정형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소싸움을 위한 이동 과정, 경기장 내에서는 소들이 거칠게 다뤄져 다치고 피 흘리는 모습이 다수 관찰됐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소싸움을 위한 이동 과정, 경기장 내에서는 소들이 거칠게 다뤄져 다치고 피 흘리는 모습이 다수 관찰됐다. 소싸움 조교사들은 이동을 거부하는 소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코뚜레에 건 밧줄을 세게 당기거나 경기 중에 싸움을 거부하는 소들을 충돌시키기 위해 ‘살코’(싸움소의 코에 끼운 금속 링)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이 과정에서 소들은 코에 출혈을 일으키거나 이마와 뿔, 귀, 코 등에 상처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동물해방물결이 직접 관찰한 131개 경기 가운데 54개 경기(41.2%)는 소가 싸움을 회피하거나 충돌을 거부했다. 정상적으로 진행된 77개 경기에서 48개 경기(62.3%)에서 소들의 몸 곳곳에서는 외상과 출혈이 확인됐다. 그러나 부상의 정도와 관계없이 경기는 한쪽 소가 패배할 때까지 중단되지 않았고, 즉각적인 치료도 이뤄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런 운영 방식은 싸움소의 신체에 손상을 입힐 뿐만 아니라, 동물의 고통이 무시된다는 점에서 폭력적이고 비인도적”이라고 지적했다.

소싸움대회는 평균 5일간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승리한 소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경기에 강제로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외상과 피로가 누적된 소들은 과도하게 침을 흘리거나 입을 벌린 채 거친 호흡을 반복하는 등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다. 또 청도군의 한 농가에서는 싸움소에게 폐타이어를 끌게 하면서 채찍으로 몸을 때리는 학대적 훈련도 포착됐다.

싸움소는 경기 중에 신체적 손상뿐 아니라 극심한 심리적 스트레스에 노출되는데 실제 소들은 과도하게 침을 흘리거나 입을 벌린 채 거친 호흡을 반복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청도군의 한 농가에서는 싸움소에게 폐타이어를 끌게 하면서 채찍으로 몸을 때리는 학대적 훈련도 포착됐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이처럼 동물의 고통이 불가피한 경기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경기 결과에 일정 금액을 걸고 상금을 받는 내기가 이뤄지지만, 소싸움경기가 불법은 아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민속경기라는 이유로 법 적용에 제외되어 있고 ‘전통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 등으로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물 학대 논란과 세금 낭비 등의 비판 여론으로 올해는 소싸움경기를 운영해온 지자체 11곳 중 6곳(대구 달성, 경남 의령·창녕·진주·창원, 충북 보은)만 경기를 진행한다. 이들 지자체는 4~5월, 10월 등 특정 시기에 약 5일간 대회를 연다.

이와 별개로 청도군은 여러 논란에도 일 년 내내 주말에 상설경기를 운영하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우권 판매(베팅 시스템)를 도입한 지역이기도 하다. 또 “민속전통 계승”이라는 명목으로 소싸움대회를 지역 대표축제로 밀고 있지만, 실질 수익은 거의 없고 이를 유지·운영하기 위해 해마다 수십억 원의 공공 예산이 쓰이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청도소싸움경기장’ 운영을 전담하는 청도공영사업공사의 지자체 보조금은 2020년 57억원에서 2024년 96억7000만원까지 증가했지만, 우권 매출의 약 70%는 환급금(상금지급금)으로 쓰여 실질 수익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청도소싸움경기장을 비롯한 조사 지역 4곳(의령·창녕·창원·대구)의 경기장에서는 개인 간 현금을 거래 하는 장면이 포착되는 등 불법 도박 정황이 포착됐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영남권 주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6.4%가 ‘소싸움 예산을 지역 복지나 청소년 교육, 주민문화 시설 등 다른 공공분야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동물해방물결이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영남권 주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6.4%가 ‘소싸움 예산을 지역 복지나 청소년 교육, 주민문화 시설 등 다른 공공분야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청도소싸움경기장을 비롯한 조사 지역 4곳(의령·창녕·창원·대구)의 경기장에서는 경기 종료 직후 관객석에서 개인 간 현금을 거래하는 장면이 포착되는 등 불법 도박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는 관련법에 따라 벌금 및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사안이다.

장희지 동물해방물결 캠페이너는 “이번 조사는 소싸움경기 실태를 처음으로 종합 분석한 사례로,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동물 학대, 불법 도박, 세금 낭비와 교육적 해악을 미치는 소싸움의 심각한 폐해를 담고 있다”며 “국가와 지자체는 소싸움대회에 대한 법적 특례를 전면 폐지하고 싸움소에 대한 제도적 보호와 공공 예산 전환을 단호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두 단체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소싸움대회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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