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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지니어스 법안' 변호인에 질의…권씨 측 "영향 있다"
권도형, 스테이블코인 '테라' 관련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
한국어 통신자료 번역문제로 재판 일정 지연…검찰 "번역에 AI 활용"


몬테네그로의 권도형 (2024년 3월)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최근 미국 의회가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논의하면서 스테이블코인 '테라USD'(이하 테라) 발행과 관련한 사기 등 혐의로 미국에서 형사재판을 받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설립자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25일(현지시간) 열린 권씨 사건의 3번째 재판 전 협의에서 현재 의회에서 논의 중인 스테이블코인 법안에 관해 언급하며 해당 법안이 재판 전 주요 쟁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권씨 측 데이비드 패튼 변호사는 이날 협의에서 권씨가 받는 증권 사기 혐의와 관련,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와 루나가 증권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문제를 재판 전 요청서(motion)에서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이에 "피고인 측이 준비 중인 요청서가 현재 의회에서 논의 중인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일명 '지니어스' 법안과 얼마나 관련성을 가지는가"라고 질의했고, 패튼 변호사는 "현재 검토하는 중이다. 당연히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엥겔마이어 판사는 "사안을 잘 지켜보라"라고 주문했다.

앞서 미 연방 상원은 지난 17일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를 담은 지니어스 법안을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상원 통과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 1대 1 담보 의무 ▲ 자금세탁 방지 ▲ 연방정부·주정부 공동 감독 등을 명문화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입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법안은 하원 의결을 남겨두고 있으며, 하원 논의 과정에 일부 쟁점 사안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가상화폐를 말한다. 주로 달러나 유로화 등에 가치가 고정되게 설계된다.

테라폼랩스는 스테이블코인 테라를 발행하면서 '테라 프로토콜'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미화 1달러에 연동하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테라폼랩스 주장과 달리 달러화 연동이 깨지면서 수많은 투자자 피해를 유발한 바 있다.

미 검찰은 테라폼랩스가 테라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해 투자회사가 테라를 몰래 사들이도록 계약을 맺기도 했다며 권씨에게 시세조종 공모 혐의도 적용한 상태다.

권도형씨 재판 전 협의가 열린 뉴욕 남부연방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권씨 측은 앞서 검찰이 적용한 증권사기, 상품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등 3건이 사실상 똑같은 사안이므로 이들 혐의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은 중복기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재판 전 요청서에 담을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또한 검찰이 권씨 신병을 인도받은 뒤 추가한 자금세탁 공모 혐의가 소송의 통일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앞서 미 증권거래위(SEC)가 권씨를 상대로 제기한 별개의 민사소송 판결을 들어 테라와 루나가 증권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지닌다며 혐의 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앞서 지난 2023년 3월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 권씨를 증권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이어 작년 말 몬테네그로로부터 미국으로 신병을 인도받은 뒤 자금세탁 공모 혐의를 추가했다.

이들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권씨는 최대 130년형에 처할 수 있다. 권씨는 이들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몬테네그로의 권도형 (2024년 3월)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권씨 사건 본재판은 내년 2월 개시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1월 첫 재판 전 협의에서 이 사건 증거자료가 수 테라바이트(TB)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데다 암호화된 데이터 해독, 권씨 등이 작성한 한국어 통신자료 번역 필요성 등을 들어 증거공개 요구절차(Discovery)까지 충분한 일정을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검찰 요청을 받아들이면서도 재판 개시 전까지 1년 넘는 기간을 두는 게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어 자료 번역과 관련, 이날 검찰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번역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번역이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지만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이에 엥겔마이어 판사는 AI가 번역한 증거자료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을 검찰 측에 주문하기도 했다.

권씨는 이날 미결수임을 나타내는 노란색 반소매 수의를 입고 양손엔 수갑, 몸에는 포승줄이 묶인 채 호송인 2명과 함께 법정에 출두했다.

권씨는 협의 시작 전 변호인과 긴밀히 대화하며 간혹 웃음을 짓기도 하는 등 첫 재판 전 협의 출석 때의 굳은 표정과 비교해선 다소 편안해진 모습을 보였다.

가상화폐 업계 일각에서는 친(親) 가상화폐 행보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권씨를 상대로 사면권을 행사하거나 검찰이 공소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달엔 권씨 사건 수사에 참여하고 이후 공소 유지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검사 1명이 검찰을 떠나 로펌에 합류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 법무부는 지난 4월 범죄 수사 대상이 되는 가상화폐 관련 범죄 범위를 제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 같은 행정부 방침과 무관하게 권씨 사건 재판이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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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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