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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까지 폭증… 살충제 내성 가능성
서울대 신승관 교수 친환경 방제 연구
LED 전구와 꽃향기로 유인해 포획

25일 오전 서울 은평구 북한산 둘레길 입구. 등산로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시커먼 곤충들로 뒤덮여 글자들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곤충의 정체는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6월 중순에서 7월 초 가장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곤충답게 표지판뿐 아니라 가로등 기둥과 의자, 바위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러브버그가 달라붙어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여름에도 도심 주변에 출몰하는 러브버그에 비상이 걸렸다. SNS 등 온라인상에는 “아파트 복도가 러브버그로 뒤덮였다” “러브버그가 40층 높이까지 날아왔다” 등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온다. 해충이 아니라는 당국의 설명에도 특이한 외관과 2마리가 붙어다니는 습성 탓에 “생김새가 너무 징그럽다” 같은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러브버그 한 쌍은 300~500개의 알을 낳는데 이 가운데 평균 10마리가 성충이 된다. 최근엔 러브버그의 대발현 징조가 포착되면서 생태계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브버그가 도심에서 기존 살충제에 저항성을 가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신승관 교수는 서울시와 함께 러브버그 친환경 방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산과 백련산 일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 실험은 산에서 대량 번식한 러브버그가 도심으로 날아오기 전 빛과 향을 이용한 트랩(사진)을 설치해 러브버그를 포획하는 게 핵심이다. 신 교수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러브버그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신 교수와 함께 둘러본 북한산 일대에는 향을 사용하는 트랩(유인제)과 빛을 사용하는 트랩(유인등)이 총 21개 설치돼 있었다. 신 교수는 “러브버그는 화분 매개 특성이 있어 다양한 식물과 꽃에서 나오는 천연 기반의 향을 합성했다”며 “빛은 러브버그가 몰리는 LED 전구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유인제 트랩의 경우 구조물 윗부분에 노란색 플라스틱판 두 장이 십자 모양으로 교차해 세워져 있고 그 사이에 러브버그를 유인하는 검은색 비닐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다. 그 아래엔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가 달려 있어 향을 맡은 러브버그가 자연스럽게 포획되는 구조다. 실제로 향을 맡아보니 달큼한 꽃향기가 코를 찔렀다. 신 교수는 “유인제 주기는 2개월이지만 날씨에 따라 한 달 만에 교체하기도 한다”며 “연구를 통해 다른 향을 개발해 교체하는 시도도 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인등 트랩은 LED 등이 달린 깔때기 모양의 구조물과 검은색 망이 연결된 트랩을 사용해 빛에 이끌린 러브버그가 망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구조다. 실제로 산에 설치된 유인등에서 벌레가 담긴 검은색 망을 수거하자 망 속에 수십 마리의 러브버그가 보였다. 연구진은 러브버그를 수거해 어떤 빛에 반응하는지, 면적당 개체 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추가 연구할 계획이다.

기존 러브버그 방제에는 일반 곤충 퇴치제나 살충제가 사용됐지만 유인등과 유인제는 러브버그에 특화된 천연물질을 찾아 방역하기 때문에 환경과 다른 곤충을 해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신 교수는 “러브버그 번성을 방치했다가는 장기적으로 생태계의 균형이 붕괴될 수 있어 선제적 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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