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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사람과디지털포럼
강정한·유승현 기조연설
제4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이 열린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황용석 건국대 교수(좌장)가 패널들과 함께 ‘혐오를 넘어 다양성과 자유로운 참여를 위해’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 교수,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 강정수 블루닷에이아이(AI)연구센터 센터장, 강정한 연세대 교수, 유승현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공론장 기능을 할 수 있는 (디지털의) 역할이 순차적으로 황폐해져왔다.”

25일 제4회 사람과디지털포럼의 네번째 기조발제자인 강정한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유튜브 등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를 이렇게 표현했다.

한때 디지털 공론장은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이끌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받았다. 2010년 튀니지와 이집트를 필두로 한 ‘아랍의 봄’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것처럼, 시민들을 연결하고 공적 사안에 대한 참여를 도울 수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동시에 디지털 공론장은 극단적 선동과 대중 동원의 도구로 전락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데도 이용됐다.

이날 포럼에서 ‘유튜브 정치와 공론장의 붕괴, 신뢰 회복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발표한 강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0년대 후반 네이버 뉴스 댓글을 분석한 결과, 추천·비추천 시스템을 이용한 ‘좌표 찍기’ 등 조직적 개입이 이뤄졌고, 여론 왜곡으로 공론장이 황폐화됐다고 지적했다. 이후 네이버가 정치 뉴스 댓글 정렬 서비스를 폐지하자 이용자들은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로 몰려갔고, 네이버는 이마저도 폐지했다. 강 교수는 “유튜브는 여전히 추천(좋아요), 비추천(싫어요), 댓글 정렬 (기능)이 그대로 있다”며 “앞으로는 여기가 전쟁터가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팩트체크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강 교수는 “가짜뉴스 동영상을 시청한 이용자가 이후 팩트체크 영상을 시청한 비율은 낮았다”며 “(파편적인) 사실보다 내러티브를 포함한 종합적 증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공론장의 중요한 조건인 숙의 못지않게 감정 이입, 공감 같은 요인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는 ‘극단주의에 포획된 디지털 공론장, 쟁점과 해법은’이라는 주제로 다섯번째 기조발제에 나서 표현의 자유와 이를 규제하려는 대립은 오래된 논쟁이지만, “표현의 자유와 플랫폼 책임의 문제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와 검열’의 문제로 이야기하는 것은 해답이나 대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에,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럽연합(EU)의 움직임을 중요한 참고 사례로 짚었다. 유럽연합은 온라인 플랫폼과 중개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 콘텐츠 삭제, 이용자 보호 등을 강화하도록 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2023년부터 시행 중이다.

이어진 원탁 토론에선 첨예한 논쟁이 오갔다. 강정수 블루닷에이아이(AI)연구센터장은 “음모론은 막을 수 없다. 이를 막으려는 시도 자체가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며 “커뮤니티 차원에서 다수가 혐오스럽고 불편하다고 판단하면 제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규제보다는 자율적 평가와 커뮤니티 노트 시스템 등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혐오 그 자체보다 혐오 정치가 공식화된 것이 문제”라며 “국가기관이 댓글 공작 등으로 공론장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론장 회복은 개인 자정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공공적, 국가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을 마무리하며 황용석 건국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기술 중심적인 문제 진단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시민사회를 새로 복원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지 않으면, 알고리즘 문제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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