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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확전 부담에 이란 핵시설 폭격 사전고지
이란은 카타르 미군기지 공격계획 미리 알려
이스라엘은 공습 뒤 이란에 휴전 신호 보내
3D 프린트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형이 이란 지도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전격 발표한 이란-이스라엘 휴전은 세 나라가 서로 체면 살리기 공격을 주고받은 뒤 나왔다. 장기전과 확전의 부담을 견디지 못한 미국, 이스라엘, 이란이 모두 휴전 명분을 찾기 위한 보여주기식 공격을 주고받은 것이다.

지난 22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은 이번 중동분쟁의 절정이자, 전쟁을 끝내기 위한 수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미리 이 공격을 고지했다고 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계자는 이란 핵시설 공격 전날 이란에 ‘이번 공격은 한 번뿐이고 제한적 작전이며, 백악관은 이란의 체제 교체를 계획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미국 시비에스 뉴스는 23일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핵시설 공격은 모두 미국이 계획했으며 확전을 의도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란은 포르도 핵시설 내에서 장비 등을 이동시켰다고 이란 언론들도 보도했다.

미국은 22일의 이란 핵시설 폭격을 위해 B-2 전략폭격기들을 태평양과 대서양 항로 두 방향으로 나눠 출격시켜 위장했다는 등의 발표를 했다. 하지만, 실상은 이란에 폭격을 미리 고지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을 끝내는 명분으로 이란 핵시설을 폭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폭격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이미 나왔다.

이란 핵시설 폭격 뒤 트럼프는 자신이 배제하던 이란 체제 교체를 언급해, 이란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정권 교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지만, 만약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왜 정권 교체가 없겠느냐”라며 “‘미가’(MIGA·이란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었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모두가 이란 폭격 뒤에 언론과의 회견에서 ‘이란과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 ‘체제 교체 의도가 없다’고 강조한 것과 대조된다.

지난달 22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위원회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는 ‘나쁜 경찰’, 밴스 등은 ‘좋은 경찰’ 역을 맡아서 협박과 회유를 나눠 맡는 전술을 편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은 이란이라기보다는 미국을 쳐다보는 전 세계였다고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핵시설 공격을 미리 고지했고, 이때쯤부터 이스라엘도 이란에 휴전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이스라엘이 이란 내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마치고, 군사적 충돌을 곧 종료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관료의 말을 보도했다. 아랍 국가 관리들도 이스라엘이 무력 충돌을 끝내려 하고 있으며 이런 뜻이 이란으로 전달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사실상 휴전을 제의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휴전 신호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있은 지 몇 시간 뒤 이란이 카타르에 있는 미군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 미국 국방부는 곧 아무 피해가 없다고 발표했다.

공격 3시간 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이란이 공격을 사전 통보해준 데 감사를 표한다”며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의 전쟁을 끝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전 통보 덕분에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며 “이란의 반응은 매우 약했으며, 우리는 이를 예상했고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이란은 하고 싶은 대응을 다 마쳤고, 이제 증오를 끝내고 평화와 조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나는 이스라엘도 같은 길로 가도록 적극적으로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을 주선하고 전쟁을 끝내겠다는 말이었다.

곧 트럼프는 다시 소셜미디어에 이란과 이스라엘의 휴전을 발표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이란 두 나라가 이른바 ‘12일 전쟁’을 종식한 인내심, 용기, 그리고 지혜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며 “신이 이스라엘을 축복하시고, 신이 이란을 축복하시며, 신이 중동을 축복하시고, 신이 미국을 축복하시며, 신이 전 세계를 축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란 체제 교체를 협박하다가, 하루도 안 돼서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과거에도 비슷한 약속대련식 공격 주고받기로 긴장을 해소한 적이 있다. 지난 2020년 1월 트럼프 당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방문하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으로 공격해 암살했다. 이에 이란은 닷새 뒤 이라크의 알아사드 미군 공군기지 등을 탄도미사일로 보복 공격했다. 이때도 이란은 미리 이라크에 미사일 발사를 고지해, 미군이 피해를 예방하도록 허용했다. 미국도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응하지 않고 넘어갔다. 양쪽은 약속대련식 공격을 주고받고는 위기를 넘긴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이란은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 등을 공격하나, 체면치레용으로 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란이 이런 체면치레용 공격을 예상보다는 빠르게 단행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이란 핵시설 폭격을 미리 고지한 것에 대한 화답일 수도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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