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25일 해병대 6여단과 연평부대가 K-9 자주포 등을 활용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진 해병대
군 당국이 25일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백령·연평도에서 해상 실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상호 적대행위 금지를 골자로 하는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을 전부 정지한 뒤 서북도서의 해상 사격 훈련을 재개하고 정례화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9·19 합의를 되살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군은 별도 지침이 없는 한 정해진 훈련 일정은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서북도서방위사령부에 따르면 해병대 6여단과 연평부대는 K-9 자주포 등 부대 편제 화기를 동원해 약 200여 발의 사격을 실시했다. 이와 관련, 해병대는 “NLL 이남의 우리 해역”에 실사격이 이뤄졌다고 강조하면서 “전투 수행 절차 숙달을 위한 통상적·정례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을 자극하거나 긴장을 높이려는 의도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방어적 훈련이란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는 또 “앞으로도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영토 주권을 수호하고 서북도서 부대 장병들의 임무 수행 태세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25일 해병대 6여단과 연평부대가 K-9 자주포 등을 활용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진 해병대
이번 훈련은 이달 초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처음 이뤄진 서북도서 실사격이다. 이재명 정부는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 접적 지역의 군사 조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해 왔다. 이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복원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2018년 체결한 9·19 군사합의는 국무회의 의결과 관보 게재 등을 통해 법적 효력이 발생했고, 효력 정지 때도 국무회의를 거쳤다. 복원 시에도 유사한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정부 차원에서 9·19 군사합의 복원과 관련해 명확한 결정을 내린 것은 없다. 군 당국 역시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정해진 훈련 계획은 소화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6월 9·19 군사합의에 대한 전부 효력정지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군은 직후인 6월 26일 연평·백령도에서 K-9·천무·스파이크 미사일 등 290여발의 실사격 훈련을 재개했다. 이후 분기별(약 3개월)로 실사격 훈련을 정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훈련도 이런 정기 일정에 따라 진행됐다. 군 당국은 통상 연간 단위로 훈련 계획을 짜고, 실사격을 위한 포탄 수량도 미리 정해 놓는다. 최소 올해 하반기까지는 훈련 계획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2월 K-9 자주포 해상 사격을 했다. 지난해 12·3 비상 계엄 사태 이후 서북도서 실사격 훈련이 진행된 건 처음이었다. 이와 관련, 합동참모본부는 “군의 전투 준비 태세 유지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따라 향후 군이 훈련을 비공개로 진행하거나 훈련 계획을 변경할 여지도 있다. 앞서 이달 11일 군 당국이 접적 지역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도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했다. 남북 단절 조치를 취하며 남측을 의도적으로 무시해 온 북한이 대북 확성기 중단에는 곧바로 반응을 보인 셈이다.
이와 관련, 앞서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5월엔 서북도서 합동방어훈련에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청와대가 군 당국에 군사 훈련 관련 언론 공개 기조를 이른바 ‘로 키’로 주문한 전례도 있다. 당시 서북도서 훈련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북한 인민무력성 대변인은 “북남 군사합의에 대한 전면 역행”이라며 반발했다.
이후 국가안보실이 국방부와 합참, 육·해·공군의 공보와 정책 담당자들을 청와대로 모아 공보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군 관계자들과)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반응을 보인다면 원인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했다”고 했다.
다만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NLL에 대해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유령선(線)”이라고 부정하고, “중간계선해역” 등 새로운 해상 경계선을 암시하는 발언도 했다. NLL에서의 국지적 도발 등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비태세 유지를 위한 훈련의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