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들이 조건만남을 미끼로 유인한 40대 남성에게 무차별적 폭행을 가하고 있다. MBC every1 캡처

10대 청소년들이 조건만남을 미끼로 40대 남성을 유인해 금품을 갈취하고 폭행한 사건이 공개됐다. 일당엔 초등학생도 있었다.

MBC 에브리원 '히든아이'는 23일 방송에서 미성년자 조건만남을 미끼로 한 청소년들의 조직적 범죄 실태를 다뤘다.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다른 범죄도 그렇지만 10대 범죄가 진화하고 있다"며 "특히 죄의식이 없어지고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어 문제"라며 해당 사례를 공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 A군과 B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른바 '가출팸'을 꾸렸다. 이들은 여학생을 앞세워 조건만남을 가장해 남성을 모텔로 유인한 뒤 돈을 갈취하기로 공모했다. 여학생에게는 건당 100만~500만 원의 보수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된 영상에는 이들이 40대 남성을 인천 미추홀구 모텔로 불러 집단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는 장면이 담겼다. 이들 중엔 초등학생도 있었다. 초등학생은 계단 위에서 남성을 향해 날아차기를 하고 발길질을 하는 등 무차별적 폭행을 가했다. 또 다른 학생은 남성을 소화기로 내려쳐 기절시켰다. 범행엔 총 8명이 가담했는데 최고령은 16세, 최연소는 초등학교 5학년인 12세였다.

미성년자들이 조건만남을 미끼로 유인한 40대 남성을 소화기 등으로 내려쳐 기절시켰다. MBC every1 캡처

가해자들은 범행 장면을 직접 촬영해 SNS에 올렸다. 경찰은 이들이 영상을 통해 남성에게 추가 금품을 요구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권 프로파일러는 "저런 경우는 돈만 빼앗고 가면 신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극단의 폭행을 저지르며 위협과 협박을 한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방송은 청소년들이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설계하고 조직적으로 이행한 점에 주목했다. 권 프로파일러는 "소위 설계해서 저지른 범죄다. 조직폭력배와 다름없다"며 "저들은 '저 피해자가 나쁜 사람이고 내가 정의구현을 한다'는 영웅심리에 빠져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당은 모텔에 있던 다른 투숙객의 신고로 전원 검거됐다. 이 가운데 14세 이상인 5명은 강도 상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형사처벌을 받았다. 나머지 3명은 촉법소년(10세 이상~14세 미만)이라 소년부에 송치돼 보호처분을 받았다.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촉법소년들도 강력 처벌해야 된다" "언제까지 촉법이라고 봐줘야 하나" "저들이 지금 멀쩡히 다니고 있다니 무섭다" "잔인하고 치밀하고 비열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일보

김수미 인턴 기자 (ksm030530@ewha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