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뉴타운 지정 직전 도로 부지를 매입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본지 보도([단독] 한남뉴타운 지정 직전 '도로' 샀다…조현 부인 10억 차익 논란, 6월 25일자 중앙일보 3면)와 관련해 "횡재(windfall)했다고는 생각했지만 악의성 투기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조 후보자가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로 파견됐던 2003년 5월 그의 배우자 이모씨는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도로부지를 매입했고 2020년 12월 이를 팔아 10억원이 넘는 차익을 얻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우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조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도로부지 매입 당시) 저는 무주택자였고 손에 한 3억밖에 없었다"며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에서 제 처가 아파트를 싼 걸 구해보려고 여러 군데 돌아다니다가 어느 부동산에서 '그 돈으로는 딱지도 못 산다'며 (대신) 싸게 나온 도로를 구입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아파트 등 살 수 있는 집을 사야 한다고 반대하자 (배우자가) 자기 집에서 준 돈을 갖고 자기 이름으로 (도로 부지를) 샀다"라고 말했다.
이 씨가 도로 부지를 매입한지 약 5개월 뒤인 2003년 11월 해당 부지 일대는 한남뉴타운 3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씨가 일반적인 재개발 '딱지'로 꼽히는 주택·상가가 아닌 도로 부지로 큰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논란이 되자 '시장에 알려진 매물을 추천받아 산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것이다.
조 후보자는 "당시엔 부동산에 현혹돼서 샀다가 그냥 뒀는데 몇 년 전에 가격도 오르고 아파트도 준다고 해서 제 처가 굉장히 좋아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 공직자는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면 안 된다'고 해서 제가 팔자고 해서 판 것"이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 씨는 해당 부지를 2020년 12월 11억 2000만원에 팔았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45%의 세금을 세무사를 통해 정확하게 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로 부지를 (보유하고 있으면) 아파트를 준다는 것이 확정이 돼가니까 계속 (가격이) 오르고 있었다"며 "제 처는 '조금 있다가 팔아도 된다'고 했지만 저는 '몇억보다 중요한 게 원칙이므로 일찍 잘 팔았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단 한번도 아파트 두 채 이상 보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노무현 청와대에서 내부 정보를 알게 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청와대에서 세세한 지역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때 이미 한남동 구역이 재개발이 될 것이라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이었다"라고도 했다. 조 후보자는 "서울에서 20년 (매물을) 소유하고 10억 수익을 올린 경우는 주변에서 많이 봤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인사청문 절차 등으로 다음달 10일 아세안(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장관으로서 직접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조 후보자는 "아세안은 워낙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들이기 때문에 이번에 현직 신임 장관이 못 간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관계를 충분히 심화시킬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박현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