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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이 24일(현지시각) 극적인 휴전에 합의하면서 충돌이 일단락됐지만, 전쟁에 불씨를 지핀 이란 고농축 우라늄은 미국 공습 이후에도 행방이 묘연하다.

공습 이후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국제 사회에 ‘표적이 된 핵 시설 세 곳 모두 방사능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자력 규제기관 핵·방사선규제위원회 역시 “미군이 이란 핵 시설을 표적으로 삼은 후 아랍 및 걸프 지역에서 방사능 영향이 감지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군사 전문가와 정보 당국자들 분석에 따르면 이란은 공습 이전 치밀한 계획하에 핵무기급 우라늄을 자그로스 산맥 깊숙한 지하 요새와 비밀 터널망에 분산해 다시 은닉했다고 추정했다.

레자 나자피 이란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사가 23일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IAEA 본부에서 열린 IAEA 이사회 임시 회의 직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룸버그와 가디언 등 외신들은 공습 직전 위성이 포착한 ‘트럭 16대’에 주목했다.

24일 위성사진 분석업체 맥사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미국 공습 이틀 전이었던 지난 20일 이란 포르도 핵시설로 통하는 길목에 트럭들이 무리 지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이 트럭들이 바로 핵물질인 육불화우라늄(UF6) 기체를 실어 나른 수송대였다고 추측했다. 60% 농축 우라늄은 의외로 부피가 작아 이란이 보유한 핵무기 10기 분량이면 특수 금속 용기에 담아 옮길 수 있다.

대표적인 핵 비확산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교수는 “공습 직전 트럭들이 시설에서 무언가를 싣고 나오는 모습이 뚜렷하게 포착됐다”며 “농축 우라늄 저장고를 통째 옮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선제적으로 타격할 가능성을 인지한 이란이 공격에 앞서 농축 우라늄을 빼돌리는 선수(先手)를 쳤다는 예측이다.

다만 이들 트럭이 마지막으로 향한 행선지는 위성사진만으로 완전하게 추적하지 못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미 행정부도 이런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전 유엔 핵무기 사찰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24일 CNN 인터뷰에서 “미 정보기관도 우라늄 일부를 이란이 가져갔고, 이 일부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22일 이란-이스라엘 분쟁 중 이란 이스파한에 있는 이스파한 핵기술연구센터 터널 입구가 공습으로 파손된 모습을 보여주는 위성 사진.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란 최대 핵 시설인 나탄즈 지역 남쪽 4km 지역 산악 지대에 구축한 지하 핵 시설을 유력한 새 농축 우라늄 은닉 후보지로 꼽았다.

곡괭이 산(Pickaxe Mountain)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지역에는 2023년 처음 존재가 드러난 거대 지하 핵시설이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시설은 기존 포르도(지하 80~90m)보다 깊은 지하 100m(330피트) 인근에 자리한다. 이번 공습에 동원한 미국 최강의 벙커버스터 GBU-57 폭탄조차 한 번 타격으로 파괴를 장담할 수 없는 깊이다.

이란은 1980년대 이라크와 8년간 전쟁을 치르며 지하 요새 건설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후 이 기술을 핵 프로그램 보호에 적극적으로 썼다. 포르도 시설도 원래 이란혁명수비대(IRGC) 지하 미사일 기지를 핵시설로 바꾼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수십 년간 거미줄처럼 구축한 지하터널 네트워크를 이용해 우라늄을 여러 곳에 분산 은닉하는 ‘다층 방어’ 전략을 구사했다고 추측했다.

이스파한 핵단지 인근 지하터널, 혁명수비대가 민간 시설로 위장해 관리하는 비밀 군사기지 등이 또 다른 은신처로 꼽힌다. 이들 기지는 일반 트럭이 수시로 출입하기 때문에 농축 우라늄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휴전을 발표한 후, 이라크 소년들이 이란의 승리를 축하하며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J.D. 밴스 미 부통령은 24일 폭스뉴스에 나와 “우라늄이 어디 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우리 목표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상 정보 확보의 실패를 자인한 것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은닉한 60% 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깜깜이 핵 개발’에 나설 것을 우려했다. 이스라엘 주장 대로 60% 농축 우라늄은 약간의 추가 공정만 거치면 단기간에 핵무기급에 해당하는 90% 농도로 만들 수 있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는 “이란이 창고처럼 눈에 띄지 않는 건물에 비밀 농축 시설을 설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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