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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시설 파괴' 주장 엇갈려
'독자 핵 개발 노선' 걸을 수도
'IAEA와 협력 중단' 법안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이란의 핵시설 타격 직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이란과 이스라엘이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전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트럼프식 강압외교’가 일단 통했지만, 공습 명분이었던 이란의 핵 개발 향방은 불투명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각각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타격했다”, “핵 위협을 제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군 공습 전 이란이 빼돌린 고농축 우라늄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오히려 미국까지 이란 본토를 처음 타격하면서 핵무기 개발 의지를 더 자극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이란과 이스라엘 간 휴전이 발효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이 과정에서 핵 프로그램 등과 관련해 어떤 카드를 주고받았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단된 미∙이란의 6차 핵 협상 재개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 알려진 게 없다.

이란이 빼돌린 우라늄 행방 '오리무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와이즈만 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레호보트=AP 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총리실을 통해 “이스라엘은 핵과 탄도미사일이라는 이란의 즉각적이고 실존적 위협 두 가지를 제거했다”며 “군사작전의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우리가 공격한 이란 핵시설들은 완전히 파괴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의 순도를 60%까지 끌어올려 수일 내 무기급 핵분열을 일으킬 수준(90% 이상)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선제 공습을 감행했다. 미국도 같은 이유로 벙커버스터를 탑재한 B-2 폭격기를 동원해 이란의 핵 심장부를 때렸다.

그러나 이들 주장과 달리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완전 폐기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2일 “미군이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했지만 외부 방사능 수치가 증가하는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군의 공격 당시 핵 물질이 없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란 국영 매체는 미군이 공격한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시설의 핵물질을 사전에 대피시켰으며 해당 시설들은 지상부만 손상을 입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 미군 공습에 앞서 트럭 여러 대가 핵시설을 오가는 장면이 위성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미 CNN 방송은 “이란 핵시설이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해도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농축시설은 얼마든지 재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NPT 탈퇴' 카드 만지작거린 이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지난해 10월 27일 테헤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테헤란 AFP 연합뉴스


실제 우려되는 건 이란이 이번 공습을 계기로 더 은밀히 핵 개발을 지속하는 것이다. 미국의 본토 공격에 별다른 반격 수단 없이 속수무책 당하면서 “믿을 건 핵무기밖에 없다”는 이란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고지도자 제거’ 암시에 자극을 받은 이란 지도부가 북한처럼 정권 유지를 위해 핵 개발을 더 가속화할 수도 있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미라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미국의 공습 과정에서 NPT는 정치적 무기로 이용됐다”고 비판했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NPT는 우리를 보호해줄 수 없는데 왜 평화로운 핵 에너지를 가지려는 우리가 NPT에 의존해야 하는가”라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190여 개 회원국 중 NPT를 탈퇴한 국가는 북한이 유일하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가 전날 “IAEA가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며 IAEA와의 협력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한 것도 NPT 탈퇴 사전정지작업으로 읽힌다. IAEA는 ‘핵무기 확산 방지’라는 NPT 목표를 회원국이 준수하는지 감시하는 기관이다. 해당 법안은 의회 본회의를 거쳐 효력을 발휘하는데 실제로 통과될 경우 IAEA의 핵 사찰이 중단돼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과 핵 물질 재고를 파악할 길이 없어진다. 사실상 독자적 핵 개발 노선을 걷겠다는 시그널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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