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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실용 인사' 차원서 송 장관 유임
진보진영서는 "비상계엄 동조" "쌀값 폭락 방관" 반발
우상호 급파 "상황 이해하지만 잘 받아 달라" 호소
대통령실 "갈등 조정 직접 역할해야" 직접 사과 가능성도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각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윤석열 정부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송 장관을 유임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이례적 유임에 대한 진보진영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장관 인선 발표에서 송 장관을 재차 임명하며 '국민통합' 화두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친이재명계에서도 “능력이 있으면 쓰겠다는 의지”(전현희 의원)라며 호평이 나왔다.

그러나 진보 정당과 농민단체는 24일 “내란 장관 유임을 당장 철회하라”며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당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송 장관이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에 책임이 있고, 전 정부에서 진보진영의 농업 정책을 훼방 놨다는 것이다. '이재명식 실용주의 인사'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관련 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 위원들과 면담을 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 "큰 취지 잘 받아 달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를 찾아 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과 만나 송 장관 유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송 장관이 과거 정권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견해 차이도 있고 특히 농민단체 입장에서는 아마 이해되지 않을 것”이라며 “상황은 다 이해하는데 대통령이 인사를 한 큰 취지가 있으니 잘 받아 주시길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국민통합' 의지에 힘을 실어 달라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송 장관을 유임하며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것”(강훈식 비서실장)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송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고 업무 파악 능력이 높아 이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다만 송 장관은 농업정책을 둘러싸고 진보진영과 강하게 충돌했었다. 그는 윤 정부 당시 진보진영이 추진한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을 두고 “농업 4법이 아니라 농망(農亡) 4법”이라며 “농업재해대책법은 법 자체가 재해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양곡관리법은 쌀 가격이 폭락할 때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해 농민 삶과 쌀 가격을 안정시키는 내용이 골자다. 실제 송 장관은 지난해 11월 농업 4법과 관련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했고, 한덕수 당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들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진보 정당·농민 단체 "유임 철회하라"



진보진영은 송 장관 유임에 거칠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송 장관은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으며 결과적으로 계엄에 동조했다”며 “이 대통령의 탕평 인사는 내란 정권의 장관을 쓰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믿고 표를 모아준 농민 입장에서 ‘실용주의’를 앞세운 송 장관 유임은 이 정부의 농정방향도 역대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했다.

농민단체는 급기야 실력행사를 예고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 장관은 쌀값 폭락을 방관하고 수입 농산물을 무차별 들여왔으며 ‘농업 민생 4법’을 ‘농망 4법’이라고 비아냥거렸다”며 “당장 유임을 철회하지 않으면 트랙터를 몰고 투쟁의 광장을 열 것”이라고 했다.

송 장관과 각을 세워온 민주당 농해수위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통합을 위해 지난 정부 장관 한 명 정도 유임을 하면 좋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며 “그 한 명이 왜 농림부 장관이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조차 “송 장관은 새 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는데 매우 비겁한 태도”(송언석 원내대표)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지도부 "일단 지켜보자"



여당 지도부는 ‘미워도 다시 한번’을 호소하고 나섰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송 장관은 (양곡관리법 등을 두고) ‘농망법’이라는 말로 농민의 가슴을 멍들게 한 전력이 있다”며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 일을 어떻게 해 나가는지 국민들께서 지켜봐 달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 한 의원은 “의원들도 대통령 인사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송 장관의 거취는 여론의 반발 수위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송 장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다면 갈등 조정에 직접 역할을 하는 게 낫지 않냐'는 제안을 했고, (송 장관도) 수긍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송 장관이 직접 비상계엄, 거부권 요구 등을 사과하고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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