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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부유층 타깃 연쇄살인 사건…서초서 강력반 이끌며 검거 주도
30년 형사 생활 회고하며 책도 발간…아들에겐 '따뜻한 아버지'


고병천 전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반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1990년대 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 조직 '지존파' 검거를 주도한 베테랑 형사 고병천씨가 지난 23일 별세했다. 향년 76세.

1949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1976년 순경으로 임관한 뒤 경기 수원경찰서, 서울 서초경찰서 등을 거치며 베테랑 형사로 이름을 날렸다.

1994년 서초서 강력반장 시절 부유층을 겨냥한 엽기적 납치살인 행각을 벌인 지존파 검거를 주도했다.

지존파 사건은 두목 김기환을 필두로 조직된 범죄조직인 '지존파'가 1993년 4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5명을 연쇄 살해한 사건이다.

이들은 납치한 피해자를 감금하고 시신을 소각하기 위한 '살인 공장'을 지었을 뿐 아니라 담력을 키운다며 인육까지 먹은 것으로 드러나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들은 검거되고 나서도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범행 동기로 '가진 자들의 횡포에 대한 대항', '대학입시 부정' 등 사회 부조리를 내세우는 모습도 보였다.

고인은 강력반을 이끌며 치밀한 작전으로 지존파 검거에 공을 세웠다. 검거 이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서초서를 직접 찾아 고인을 격려하기도 했다.

일당에 지존파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그다. 일당은 스스로를 '야망'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마스칸'으로 불렀으나, 야망을 위해 남을 희생시킨다는 의미로 읽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다른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외에도 '온보현 택시 납치 살인 사건', '앙드레김 권총 협박 사건' 등 숱한 강력 사건들을 처리했다.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서울 서초경찰서를 방문, 지존파 사건의 범인들을 검거한 고병천 경위를 격려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력 사건의 해결사'로 불리던 고인은 2013년 지존파 사건을 주제로 논문을 써 광운대에서 범죄학 박사학위를 받는 등 학구열도 남달랐다.

30년 넘게 겪은 사건들을 회고하며 책도 펴냈다. 수필집 '어느 난쟁이의 우측통행'(2007)과 '엄마 젖이 달았어요'(2023), 웹소설 '지존파 강력반장 고병천'(2021) 등이다.

그의 글에선 일선 수사 현장을 누비던 형사의 직업 세계는 물론, 범죄자의 아내와 아이를 위해 수원에서 부천까지 찾아가 과자와 편지를 문 앞에 걸어둔 일, 지존파 일당에게 회개를 바라는 마음으로 묵주반지를 하나씩 건넨 사연 등 인간적인 면모도 엿볼 수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밀려드는 사건 탓에 집에 들어간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고인의 아들인 고주필 인천대 운동건강학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렸을 때 아버지를 거의 뵌 적이 없다"며 "어머니 손을 잡고 경찰서에 옷을 갖다 드린 기억이 있다"고 회고했다.

범죄자들에게 저승사자와도 같았을 고인이지만, 가족에게는 따뜻한 아버지였다고 한다. 고등학생 시절 근대 5종 선수였던 고 교수는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어느 날 고인이 "운동을 잘해야 좋은 아들이 아니다. 너는 이미 좋은 아들"이라고 위로한 일화를 소개했다.

고 교수는 "하루는 아버지가 '비싼 약인데 이걸 먹으면 숨이 안 찬다더라'며 소화제를 사다 주셨는데 공교롭게도 그때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며 "그러니까 아버지가 '그거 그냥 소화제다. 네가 잘한 거다'라며 격려해주신 기억이 있다"고 웃었다.

2009년 은퇴할 즈음 디스크 수술을 받는 등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앓던 고인은 지난해에는 뇌졸중까지 앓았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간병인 등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었다고 한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readines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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