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60‧사법연수원 19기) 내란 특별검사가 2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특별검사로 임명된 지 12일 만, 수사를 개시한 지 엿새 만에 이뤄진 초고속 강제수사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 신병을 즉각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특검팀은 24일 오후 5시50분쯤 서울중앙지법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언론 공지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은 경찰의 출석 요구에 2회에 걸쳐 불응하고, 특검이 수사를 개시한 이후인 19일에도 출석에 불응했다”며 “이후 소환에도 응하지 않을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3일 사건을 인계받은 특검은 사건의 연속성을 고려해 피의자 조사를 위해서 체포영장을 청구하게 됐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3일 자신에 대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대통령 경호처를 동원해서 저지‧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계엄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7일 경호처에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군(軍) 지휘부의 보안 휴대전화(비화폰) 정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경호처법상 직권남용 교사)도 받는다.
지난 1월 3일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으나 대통령 경호처에 막혀 끝내 철수했다. 뉴스1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지난 5일과 12일, 19일 총 3차례 경찰 소환 조사를 거부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경찰 수사에 대해 ‘전면 거부’ 방침을 명확히 했다.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음에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해당 혐의로 체포영장을 집행한 그 자체가 위법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변호인단은 경찰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경찰‧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 행위는 위법·무효인 직무집행”이라며 “위법한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대응했다고 하더라도 윤 전 대통령 및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에겐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관련해 관여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에서 수사에 불응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종준 전 경호처 처장과 김성훈 전 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 등은 지난 1월부터 최소 7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의 박지영 특별검사보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는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영 특검보는 언론 브리핑에서 “특검은 수사 기한에 제한이 있고, 여러 사항에 대한 조사가 예정돼 있다. 끌려다니지 않아야 한다”며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를 언급했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은 여러 피의자 중 1인에 불과하고, 다른 피의자들은 모두 조사를 받았다”며 영장 청구 배경을 밝혔다.
특검팀은 경찰로부터 인계받은 사건 기록 검토를 진행해 체포영장이 준비된 즉시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 즉각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특검보는 “영장 집행에 나갈 수 있는 수사 인력이 충분히 확보됐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당연히 확보돼 있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 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돌아갔다. 경호처가 차벽‧철조망을 설치하고, ‘인간 띠’를 구축해서 영장 집행을 막아섰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참여했던 경찰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사저에 있는 만큼 특검의 영장 집행에 불응할 물리적 방어 수단은 사실상 없다”고 짚었다.
특검팀은 체포영장 집행이 이뤄지면 48시간의 시한 동안 윤 전 대통령 조사를 진행한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특별한 조사실이 마련돼야 하나, 조사실은 다 마련됐다”는 게 특검팀 설명이다. 특검팀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출석 요구나 소환 통지하지 않고 기습적인 체포영장 청구를 했다”라며 “출범 직후 곧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부당하다는 점과 향후 정당한 절차에 따른 특검의 요청에 따라서 소환에 적극 응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라고 했다.
중앙일보
나운채‧김성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