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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리박스쿨’ 사무실 문이 닫혀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한채윤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뉴스타파의 잠입 취재로 ‘리박스쿨’과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 손가락 군대)의 실체를 접했을 때, 나는 2000년대에 보수 개신교 진영이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조직했던 ‘밝은인터넷세상만들기운동본부’를 떠올렸다. 리박스쿨의 여론 조작은 단발적 일탈이 아니라, 20년 가까이 이어진 시스템의 일부다.

1990년대 후반, 대형 교회의 부패, 목회직 세습, 타 종교에 대한 공격적 태도 등으로 인해 개신교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마침 등장한 피시(PC)통신과 인터넷에 반기독교 정서가 표출되던 중,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사와 교인들이 피랍·살해된 사건이 일어났다. 충격과 애도도 컸지만 ‘왜 이슬람 국가에 무리하게 선교를 갔는가’라는 비판 여론도 들끓었다. 이때 일부 개신교계는 반성하는 대신 ‘밝은인터넷세상만들기운동본부’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라온 교회 비판 글을 발견하면 삭제하고 베스트 댓글을 관리하는 대응을 선택했다. 외국으로 선교사를 파견하듯이 인터넷에서 사역하는 ‘인터넷 선교사’를 양성했다. 이 흐름은 이념과 종교적 신념에 따른 조직적인 댓글 활동으로 이어졌다. 2012년 대선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거된 ‘십알단(십자군알바단)’의 리더도 인터넷 선교를 하던 목사였다. 그는 방송에 나와 ‘동성애자는 죽이라고 성경에 쓰였다’고 말할 정도로 혐오를 전시하는 인물이었다.

2007년은 온라인 여론 통제가 시작된 해이고, 성소수자 혐오를 활용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무산시킨 해이며 동시에 교과서 개정 운동도 본격화한 해이다. 교과서에 개신교가 충분히 긍정적 이미지로 다뤄지지 않았다며 개신교 언급 분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2012년엔 진화론 삭제를 요구했다. 2022년엔 성평등·성적자기결정권·섹슈얼리티 등의 개념을 교육에서 제거하려 했다. 그리고 이젠 공교육 체계 안으로 직접 들어오려 한다.

리박스쿨은 ‘늘봄학교’ 시스템을 활용했다. 그런데 교육부의 조사 발표에 따르면, 리박스쿨 관련 강사가 대전에만 20개교 17명으로 서울의 14명보다 많다. 왜일까. 대전시는 2022년에 갑자기 대전인권센터의 수탁 단체를 지방 선거에서 이장우 현 대전 시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한국정직운동본부’로, 대전청소년성문화센터 수탁도 ‘넥스트클럽사회적협동조합’으로 바꾸었다. 둘 다 보수 개신교 기반의 단체이며 목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특히 넥스트클럽 수탁기관 관계자가 리박스쿨의 강사였다는 것도 이번에 보도됐다. 또 6월12일 대전 엠비시(MBC) 보도를 보면, 넥스트클럽은 대전시청, 대전 동구청과 함께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이라며 아이티(IT)를 활용한 교육 전문가 양성 과정을 열었는데, 실제 교육에선 남자는 성적 요구를 본능적으로 제어하기 어렵고 남녀 뇌엔 차이가 있어서 청소년에겐 금욕을 가르쳐야 한다는 성교육을 진행했다고 한다. 대전 엠비시는 기사 제목을 ‘대전판 리박스쿨’이라고 붙였다. 넥스트클럽은 세종시의 청소년 상담기관도 현재 운영 중이다.

내란을 적극 옹호하며, 한국을 아시아 최초의 기독교 국가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세이브코리아의 손현보 목사와 성경적 성교육을 주창하는 에이랩아카데미의 김지연 대표가 한국의 공교육은 반성경적이어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올해 일이다. 리박스쿨은 빙산의 일각이다. 공교육의 중립성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우 개신교의 구조적 교육계 침투를 직시해야 한다. 혐오와 차별이 없는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 발본색원해야 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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