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카타르 공방 사전조율…트럼프 "미리 알려준 이란 땡큐"
카타르 알 우데이드 공군 기지의 비교 위성사진
(AFP=연합뉴스) 카타르 알 우데이드 공군 기지의 2025년 6월 5일(왼쪽)과 6월 19일(오른쪽) 촬영 위성 사진. 19일에 촬영한 사진에는 비행기가 없는 모습이 보인다. 2025. 6. 20. [플래닛 랩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란이 23일(현지시간) 카타르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하기 전 미국에 이 공격 계획을 사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위성사진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이날 오전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 공군 기지를 촬영한 위성 사진을 보면 기지에 항공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사진은 같은 날 이 기지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기 전 촬영됐다.
반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공격하기 전인 지난 5일 같은 기지를 촬영한 위성 사진을 보면 수십 대의 항공기가 늘어서 있다.
두 위성 사진을 비교해보면 미국이 미리 통보받고 기지 내 항공기를 모두 옮겼다는 추론이 현실적으로 힘을 얻는다.
이날 이란은 미국의 자국 핵시설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보복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이 이번 보복 공격 전에 미국과 카타르에 통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번 공격이 '약속 대련'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카타르 내 미군기지 공격 몇시간 전 2개의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에 공격 예정 사실을 알렸고, 동시에 카타르 측에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알우데이드 미 공군 기지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해줘 인명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해준 데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란의 대응이 매우 약했다. 미국인들이 다치지 않았으며 거의 피해가 없었다"고 말했으며 "더 이상의 증오가 없길 바란다"라고도 강조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도 "이란은 중동 역내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미국과 이란 양측은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이란의 공격을 받은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 공군 기지는 중동에서 미 공군 작전의 주요 거점으로 꼽힌다.
중동에서 가장 큰 미군 기지로, 중동·북아프리카·중앙아시아를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의 지역 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병력 약 1만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여러 방공 시설로 둘러싸여 있다.
과거 미군 배치를 희망했던 카타르가 지난 1996년 기지 건설을 완료했고,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공격하기 위해 이곳에 전투기를 배치하면서 이 기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군은 아프가니스탄뿐 아니라 이라크 전쟁, 시리아 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등에 대한 공습 당시 이 기지를 거점으로 활용했다.
첨단 전투기, 장거리 폭격기, 무장 무인기, 수송기, 공중급유기 등 여러 항공기가 이 기지에 배치됐다.
지난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당시에도 이 기지를 통해 수만 명의 미국인과 아프가니스탄인들의 대피가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세가 날로 어지러워지는 중동을 찾았을 때 이 공군 기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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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