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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의 불만에
중간 리더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조직 간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각자의 사연과 목표를 갖고 ‘산부인과 레지던트’로 모인 전공의 1년 차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환자 처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수님에겐 뭘 챙겨 드려야 하는지, 수술방에선 뭘 먼저 해야 하는지 등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더 많은 이들을 가르쳐 가며 병원 생활에 적응시키는 선배 의사 ‘구도원’(정준원 분)에게서 조직의 ‘중간’ 리더가 챙겨야 할 많은 것이 보였다. 위로는 교수들의 잔소리를 견뎌 내야 하고 옆으로는 다른 부서와의 조율이 필요하며 아래로는 힘들어 하는 후배들 가르치며 끌고 가야 하는 ‘중간’의 모습, 이게 병원에서만의 모습은 아닐 테니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중간’ 리더가 해야 할 역할을 드라마 속 두 장면에서 힌트를 얻어 보자.
‘사실’ 명확히 하고 지켜주기

첫 번째 장면, 산부인과 1년 차 전공의 ‘오이영’(고윤정 분) 선생님이 수술방에서 혼나고 있다. 수술 준비를 해줘야 하는 마취과 선생님에게 잘못된 정보를 줬다는 이유다. 그런데 마취과 선생님으로부터 꾸중을 듣는 전공의는 억울하다. 본인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과 ‘똑같이’ 했는데 괜히 트집을 잡는 것 같아서다. 그 모습을 뒤늦게 보게 된 선배 구도원 선생님이 말한다. “오이영 선생님, 어떻게 했는지 그때랑 똑같이 말해 보세요.” 한껏 억울한 마음에 하소연하듯 내뱉은 후배의 말을 듣고 선배 의사가 마취과 선생님에게 다시 말한다. “선생님, 제가 오늘 한 거랑 똑같은데요? 뭐가 문제죠?”

부서 간 갈등 상황에서 후배의 문제를 풀어가는 장면에서 중간 리더에게 필요한 3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사실’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모든 피드백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일 수 있다. 그런데 막상 피드백하는 장면을 보면 이게 무시될 때가 많다. 내가 들은 이야기, 내가 본 내용‘만’ 갖고 피드백을 할 때가 많아서다.

보고 들은 게 사실이 아니라면? 그건 ‘내 입장’에서의 사실일 때가 많다. 피드백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에게 사실이 되려면 판단하기 전에 물어야 한다. 구도원 선생님이 ‘예전에 한 말을 그대로 해보라’고 시킨 것처럼 말이다. 내가 본 것이나 들은 말의 이면에 나는 모르는 다른 뜻이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하자. 서로 알고 있는 사실이 ‘같을 때’ 오해가 안 생기고 제대로 된 피드백이 가능해 진다.

두 번째는 “앞으로 저희 1년 차는 제가 혼내겠습니다. 잘못하는 게 있으면 저한테 바로 알려 주세요”라고 말하는 모습이다. 어떻게 보이는가. 이 모습이 리더가 후배 구성원을 ‘지켜’주는 것 아닐까. 무조건 구성원의 ‘편’이 되어 주는 게 다 맞는 건 아니다. 잘못했으면 혼나야 한다. 그런데 여기엔 중요한 전제가 있어야 한다. 혼내는 ‘이유’가 무엇이냐다. ‘내가 혼내겠다’는 말에는 ‘다음에는 그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내가 잘 가르치겠다’는 게 깔려 있다. 그게 ‘우리 부서’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 부서 사람이 혼내는 이유는 뭘까. ‘내가 너 때문에 고생했으니 책임지라’는 푸념, 투정일 때가 많다. 그래서 중간 리더는 구성원들이 ‘애꿎은’ 사람의 화풀이 상대가 되지 않게 ‘막아’줘야 한다. 대신 비슷한 문제를 또 일으키지 않게 ‘제대로’ 혼내며 가르쳐야 한다. 그게 후배를 ‘지켜’주는 리더의 행동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만약 지금의 소통 방식이 불편하시면 교수님들과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대응이다. 지금껏 관례처럼 해 온 일 방식인데 ‘실무 리더’인 본인이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이건 무책임한 모습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알고 그걸 넘어서는 부분은 도움을 요청하는 지혜로운 모습이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중간 리더가 생각보다 권한이 많지 않아서다. 조직의 시스템에 의해, 상위 리더의 방향성에 따라 정해지는 게 많은 게 현실이다.

오해하지 말자. 권한이 없으니 타 부서와의 갈등 상황에서 ‘손 놓고’ 있어도 된다는 건 아니다. 내 힘으로 안 되는 건 다 ‘위’로 올리라는 것도 아니다. 상위 리더의 ‘힘’을 적절히 잘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위 리더로 올라갈수록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슈에 대한 정보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중간 리더로서 현장과 상위 리더 간의 소통 채널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기회가 있을 때 상위자에게 구체적 사실을 알려서 ‘조직’ 차원에서의 해법을 고민하게 하는 게 일 잘하는 중간 리더의 모습이다.

불만 충분히 ‘듣고’ 정보 제공

두 번째 장면은 병원 밖이다. 선배 의사 구도원 선생님이 1년 차 후배들에게 고기 회식을 시켜준다. 고기가 익어갈 찰나 1년 차들의 쌓였던 불만이 터져 나온다. 툭하면 오라 가라 불러대는 응급의학과에 대한, 별 것 아닌 일에도 자꾸 화를 내는 소아과에 대한, 수술실에서 왕 행세를 하는 마취과의 갑질스러운 행동 등에 대한 불만이다. 따끔하게 혼 좀 내 달라는 후배들의 요청을 가만히 듣고 나서 구도원 선생님은 “다른 부서에서도 산부인과 엄청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병원 사람들이 우리 과의 행동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을 설명한다. 그러곤 “결국 우리가 부탁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으니 사이 좋게 잘 지내보자”고 말한다.

타 부서에 대한 불만을 들었을 때 중간에 낀 리더가 해줘야 할 게 이런 모습이다. 하나는 일단 ‘듣기’. 후배 구성원들이 아무에게나 남 혹은 타 부서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진 않는다. 그 사람이 내 말을 ‘들어줄 것’이라는 안전감, 믿음이 있어서다. 그래서 그 말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기 전에 우선 들어주자. 만약 중간 리더가 ‘왜 그렇게 불만들이 많아?’라는 식으로 대응해 버리면 앞으로 구성원들은 그 리더 앞에선 입을 다문다. 그런데 그렇다고 불만이 없어지는 걸까. 아니다. 오히려 불만이 ‘뒤’에서 증폭되면서 조직 내 가십으로 번진다. ‘뒷담화’가 아닌 ‘건설적 불만’으로 만드는 시작이 ‘듣기’다.

충분히 듣고 난 뒤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은 ‘정보 제공’이다. 구성원은 ‘내’ 입장에서만 일을 볼 수밖에 없다. 나를 힘들게 하는, 나를 도와주지 않는 사람이나 부서를 좋게 보긴 힘들다. 그런데 리더는 ‘조직’ 전체 관점에서 볼 수 있는 힘이 있다. 그 부서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알려줄 수 있다. 우리가 그들 때문에 힘든 것처럼 그들 역시 우리 때문에 힘든 게 있다는 걸 설명해 줄 수도 있다. 누구의 편을 들어주라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이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현실을 파악할 수 있게끔 ‘정보’를 주는 게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다.

조직에서의 일이 나 혼자의 힘, 우리 부서의 역량만으로 해결되는 건 많지 않다. 타 부서와 긍정적 관계 맺기가 필요한 이유다. 후배 구성원들이 타 부서에 대한 불만을 얘기할 때 중간 리더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조직 간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

위아래, 양옆 챙길게 참 많은 게 리더다. 그만큼 나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왕 해야 하는 일, 나의 노력 하나로 후배에게, 타 부서에, 상위 리더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이 드라마에서 모든 1년 차 전공의들이 ‘구도원’ 선생님을 따르고 의지하는 것처럼 결국 그 과실은 나에게 돌아올 것이니까.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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