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2024년 12월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군인들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혜린 |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

지난해 12월3일 내란이 없었더라면, ‘계엄’은 뭇사람들에겐 역사 속에서 흔적을 찾아야 할 만큼 낯설어진 단어였을 것이다. 그러나 직업 군인이라면 매년 한번 정도는 계엄에 대해 접할 기회가 있다. 통상 우리 군에서 계엄은 전시 전환 절차의 한 부분으로 이해된다. ‘을지연습’과 같은 대규모 지휘소 연습이 바로 이 절차를 훈련하기 위한 연습이다. 그러니, 한국 군인들에게 계엄이란 전시 상황, 또는 전시로 가는 상황에서 발령되는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나라 헌법 제77조는 계엄을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군사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계엄법 제2조에서도 계엄의 선포 조건을 전시, 사변, 그리고 적과의 교전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으니, 최소한 법에 따르자면 계엄이 필요한 상황이란 전시 또는 전시로 전환될 필요가 있는 상황, 즉 계엄의 선포와 함께 즉시 전시 전환 절차를 이행하지 않으면 위기 대응이 어려운 일촉즉발의 상황을 의미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어느 날 하루아침에 들이닥치지 않는다. 전쟁은 기본적으로 갈등의 확대 과정을 거친다. 한국전쟁 역시 전면전 발발 전 38선 인근 지역에서의 숱한 무력 충돌과 남북한 양쪽의 정치적 도발, 갈등 과정이 존재했다. 데프콘(전시준비태세)이 단계별로 구성된 이유는 우리가 지금 전시에 임박한 갈등 최고조 상황인지, 아니면 갈등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인지, 그렇다면 군사적 대비 태세를 어느 정도 갖춰야 하는지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단계별로 조치하기 위함이다. 우리 군은 매일 아침, 모든 부대에서 상황평가회의를 열고 현재의 위기 상태를 평가한다. 제일 먼저 보고하는 사항이 현재 데프콘, 워치콘, 인포콘, 진돗개 그리고 특이동향 및 첩보 보고이다.

전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계엄 선포가 필요한 상황은 통상 데프콘 3~2단계 사이에서 검토된다. 한국에서 데프콘 3이 발령됐던 것은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1979년 10·26 사태 직후, 1983년 아웅산 묘소 테러 총 세번뿐이다. 심지어 물리적 무력 충돌이 발생했던 연평도 포격전,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때도 우리나라는 전시 전환 절차를 밟은 적 없다. 다시 말해, 전시 또는 전시에 준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해 태세를 올리고 계엄을 선포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으로, 아주 신중하게 검토된다. 사실상 우리나라가 타국과 전쟁하겠다고 대외적으로 개전 선언을 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장군씩이나 되는, 군 생활을 30년은 족히 했다는 사람들이 법정에 나와서 하는 말들이 ‘기도 안 차는’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지난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 위법한 행위인지 몰랐다, 대통령이 직접 방송에 나와 선포했으니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줄 알았다, 위법한 줄 알았다면 절대로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와중에 자신은 한평생 충실한 군인이었고, 오랜 기간 명령에 따르도록 훈련됐다며 강조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전시가 무엇인지, 계엄이 어떤 조건에서 선포되는지 평소 접할 일 없는 시민들조차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을 듣자마자 국회로 뛰어나올 만큼 ‘명백했던’ 그날의 상황을, 누구보다 계엄을 많이 들어봤을 이들이 ‘몰랐다’며 고개를 젓는 것이다.

현재 피고인 신분으로 내란 재판을 받는 중인 군인은 총 12명이다. 증인으로 나온 군인들은 그보다 더 많다. 모두가 나와서 하는 말이 있다. 내란과 관련하여 책임을 통감한다, 부하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임은 달게 받겠다, 하지만 정말로 위법한지는 몰랐다. 내가 보기에 모두 비겁한 변명이다. 염치가 없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다. 당신들은 누구보다도 계엄을 잘 안다. 전시가 뭔지도 안다. 그러니 솔직히 말하라. 계엄 선포할 상황이 아니었다, 적법한 계엄 선포가 아니었지만 따랐다, 나의 죄는 위법한 지시를 거부하지 않은 것에 있다라고.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1568 [속보] 네타냐후 “이란과 휴전 동의…위반시 강력대응” 랭크뉴스 2025.06.24
51567 김민석, ‘6억 소득 불분명’ 의혹에 “조의금 1.6억, 출판기념회 2.5억, 처가 지원 2억” 랭크뉴스 2025.06.24
51566 국가 예산 묻자, 김민석 “정확히 말해야 하나요?”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5.06.24
51565 "정말요? 때리면 안 되는 줄 몰랐어요"…초등생 체벌한 선생님, 변명에도 결국 랭크뉴스 2025.06.24
51564 부모 집 비운 사이에…아파트 불로 초등학생 자매 사상 랭크뉴스 2025.06.24
51563 대통령실 "李대통령 기자회견 조만간 할 것…대국민소통 강화 차원" 랭크뉴스 2025.06.24
51562 ‘추경 효과’ 소비심리 4년만에 최고…집값 상승 기대도 최대 랭크뉴스 2025.06.24
51561 버터 맥주 이어 김치까지… 어반자카파 박용인, 또 행정처분 랭크뉴스 2025.06.24
51560 서울고법, 김용현 보석 항고 기각…“위법한 결정 아냐” 랭크뉴스 2025.06.24
51559 택시 승차 시비 끝에 폭행, '나는솔로' 출연진 벌금 700만원 랭크뉴스 2025.06.24
51558 “중동 휴전 훈풍에” 코스피 3100돌파 랭크뉴스 2025.06.24
51557 "장모에 손 벌려 2억"…김민석 '세비 외 수입' 해명에 여야 시끌 랭크뉴스 2025.06.24
51556 휴대폰 뒷자리 ‘7777’ ‘1004’ 쓰실 분~ KT, 번호 1만개 추첨 랭크뉴스 2025.06.24
51555 유류세 인하 두달 연장·車개소세 인하 6개월 더…국무회의 의결 랭크뉴스 2025.06.24
51554 김민석 청문회에서 때아닌 주진우 군 면제사유 공방 랭크뉴스 2025.06.24
51553 "응급의학과서 속죄하겠다"던 '몰카' 의대생, 2심서 형량 가중 랭크뉴스 2025.06.24
51552 공과금 50만원, 천만원 한도 신용카드···정부, 소상공인 지원 본격 추진 랭크뉴스 2025.06.24
51551 ‘나는 솔로’ 출연한 30대 남성, 성폭행 혐의로 긴급체포·구속 랭크뉴스 2025.06.24
51550 올여름 휴가 ‘8월 중순·3박 4일’ 1위… 20만~40만원 ‘가성비’ 랭크뉴스 2025.06.24
51549 李대통령 “해수부 12월까지 부산으로 이전하라” 랭크뉴스 202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