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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예고생 3명 사망 사건이 던진 충격>
10대 자살률, 2015년 이후 줄곧 급증세
자살충동 원인 33% "성적∙진학 스트레스"
진로 중심 교육, 학생들 위축되게 만들기도
거리를 걷는 학생의 모습. 기사에서 다루는 사건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


21일 부산의 예술고에서 무용수라는 꿈을 키우던 친구 3명이 '학업, 진로 고민에 스트레스가 크다'는 메시지를 남긴 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10대의 마음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어린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국내 청소년 수가 최근 8년간 치솟았는데 그 이면에는 극한의 입시경쟁과 이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털어놓기 어려운 낡은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자살한 한국 청소년 중 상당수는 사망 직전까지 문제 행동을 일으키지 않았다
. 부모와 교사조차 위험을 제때 감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3년 전에도 인천 고교생 2명, 학업 스트레스에…



23일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0대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명 수)은 7.9명으로, 역대 가장 높았다. 2010년대 초반까지는 해마다 오르락내리락했지만 2015년 4.2명을 기록한 이후 줄곧 빠르게 늘었다.
국내 세대별 자살률은 2011년 이후 10대를 제외하고 모두 떨어졌지만 10대는 2.4%포인트 증가(2011년 5.5%→2023년 7.9%)했다.


가장 큰 원인은 학업과 입시 스트레스다. 공부 때문에 괴로워하다 친구가 함께 숨지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2022년에도 인천의 한 고교 2학년 학생 두 명이 학업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통계청의 자살 관련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3~19세 청소년의 4.5%가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학교 성적이나 진학 스트레스’를 꼽은 비율이 32.9%나 됐다. 이는 4년 전 조사(2020년∙29.7%) 때보다 3.2%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다른 원인으로는 △신체∙정신적 질환이나 우울감, 장애(23.4%) △친구나 동료와의 불화나 따돌림(12.6%) △외로움, 고독(12.1%) 등이 뒤를 이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현장 교사들은 입시·교육 시스템의 재편이 학생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긴 것 같다고 해석했다. 고교학점제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진로를 미리 정하고 이에 맞춰 준비하는 방식이 활성화됐는데 준비할 게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현직 고교 교사인 원주현 중등교사노조위원장은
"진로 중심 교육이 장점도 있지만, 진로를 확고히 정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축시키는 것도 현실"이라며 "현 입시 제도에서는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은 수능대로 준비해야 하고, 진로 활동을 중심으로 적는 학교생활기록부도 잘 챙겨야 한다"
고 설명했다.

또, 내신 경쟁이 치열해져 1점이 아닌 소수점 이하의 격차를 두고 친구와 다퉈야 하는 것도 학생들로선 고통이다. 원 교사는 "입시에서 고1 때 배우는 과목의 성적을 비중 있게 보다 보니 학생들이 1학년 성적이 안 좋으면 만회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10대들은 서양의 또래와 달리 심리적 위기 신호를 뚜렷하게 보내지 않는 점도 문제 해결을 막는다. 이연정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청소년들이 자살 전 알코올(술)을 남용하거나 반사회적 행동을 많이 한다고 보고되는데 자살로 사망한 국내 학생들은 오히려 온순하고 문제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면서 "힘든 걸 내색하지 않아야 한다고 배우는 문화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10대가 비명 지르게 만드는 입시 교육 시스템을 손봐야 증가세인 자살률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살 예방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선순위 국정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대증요법이 아닌 본질을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낸 성명에서 "학생 자살이 수년째 증가세인데 입시경쟁 중심의 교육 체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중대한 경고로 볼 수 있다"며 "성장의 기쁨이 아닌 성과와 평가 중심의 정책이 청소년의 삶을 옥죄고 있는 만큼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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