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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제26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동맥경화가 뚫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9일만인 23일 단행한 첫 내각인선에 관한 얘기다. 새 정부 장관 인선은 그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날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 및 국무조정실장(장관급) 등 12명을 한꺼번에 지명했다.

이로써 이재명 정부의 조각 작업은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 빠른 편이 됐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임명한 뒤 취임 20일째까지 장관급으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김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인선하는 데 그쳤었다.

당초 이 대통령은 장관급 인선을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준 이후로 예정했다. ‘정권 2인자’인 김 후보자에게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을 보장하고 총리실 인선도 상의하며 힘을 실어주겠단 취지였다.

하지만 ‘인선 지체’란 비판이 커지면서 윤석열 정부 인사인 이주호 국무총리 권한대행에게 임명 제청을 맡기는 방침으로 전환했다. 당장 차관회의를 주재하고 국정기획위 공동부위원장직을 맡는 국조실장마저 윤석열 정부 인사인 방기선 실장을 그대로 두자, 관가 안팎에서 “시한부인 윤석열 정부 인사들 밑에서 공무원들이 눈치만 보며 일을 안 하고 있다. 국정 로드맵 설계도 탄력받기 어려운 실정”(경제부처 관료)이란 뒷말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중동 사태도 맞물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동의 상황이 매우 위급하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전 부처가 비상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국제 정세가 심각하니 이에 적시 대응하려면 적어도 외교부 장관을 포함해 내각 인선을 서둘러 부처 장악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준비가 되는 대로 그때그때 지명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차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번 인선에서 눈에 띄는 건 대기업 출신 IT 전문가를 대거 발탁한 점이다. 지난 15일 초대 대통령실 AI(인공지능) 미래기획수석으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혁신 센터장을 임명한 데 이어 배경훈 LG AI 연구원장(과기부),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 이사(중기부)를 후보자로 지명했다. ‘AI 3대 강국’을 공약한 이재명 정부가 민간 IT 전문가를 행정부 곳곳에 배치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하정우 수석을 영입한 것을 대통령실 인선 가운데서 특히 흡족해했다. 부처 인선도 그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되지 않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도 혁신적 이미지의 기업가 출신을 찾고 있다는 얘기가 대통령실에서 나온다.

반면 개혁 과제가 두드러지는 부처엔 ‘조직 바깥’에서 인재를 들였다. 여권이 12·3 계엄 이후 조직 개편을 예고한 국방부 장관엔 ‘비(非)군인’ 출신 안규백 의원을 지명했다. 최종 임명되면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64년 만의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된다. 이재명 정부 첫 고용노동부 장관에 내정된 김영훈 한국철도공사기관사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는 처음 노동부 장관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 대통령이 공약했지만 재계 반대가 거센 노란봉투법 입법의 총대를 멜 전망이다.

탕평 인사도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 결정이 대표적이다. 정권교체가 이뤄졌는데도 장관직이 유임된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임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노동부 장관이었던 고(故) 이기호 전 장관을 새 정부 첫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한 사례가 그간 유일했다. 국가보훈부 장관에는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보수 인사로 영입한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이 내정됐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장관 후보자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인선의 의외성은 학벌에서도 나타났다. 11개 부처 후보자 중 서울대 출신은 1명,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으로 넓혀도 4명에 불과했다. 교수 출신 인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여권 관계자는 “실력이 되면 쓰는 이 대통령의 실사구시적 인재 발탁”이라며 “바로 부처에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현안 밀착형 인재를 발탁했다”고 말했다.

후보자 중 여성은 3명(27.7%), 97세대(70년대생·90년대 학번)는 3명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50·60년대생 남성이었다. 지역은 호남 4명, 영남 4명. 수도권 2명, 충청 1명 순이었다.

대통령실은 국정기획위의 조직개편안 마련을 기다리지 않고 일단 부처 인선부터 속도낸 뒤 이후 추가 인선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성평등가족부·기후에너지부 전환을 앞둔 여성가족부·환경부 장관에 현역 의원(강선우·김성환)이 내정된 것도 이 연장선이다. 경제 관련 부처 장관 인선은 이날 발표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러 검증을 하고 있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 만큼 머지않은 시간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인선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른바 ‘탕(탕평)·외(외부인사)·이(IT)’에 방점 찍힌 인사”라며 “파격에 파격을 더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대선 승리에 대한 대가성 인사, 보은 인사”(최수진 원내대변인)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첫 장관 인선을 단행했다.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는 기업인 출신을 발탁하는 등 '유능함'을 우선시 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 철학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신임 국무조정실장 인사를 발표했다. 후보자 명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배경훈 ▲외교부 조현 ▲통일부 정동영 ▲국방부 안규백 ▲국가보훈부 권오을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환경부 김성환 ▲고용노동부 김영훈 ▲여성가족부 강선우 ▲해양수산부 전재수 ▲중소벤처기업부 한성숙 등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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