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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동 여파로 소폭 하락했지만, 코스피는 3천 선을 지켰습니다.

이번 달에만 300포인트 넘게 오르며 '순항' 중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심리만 개선됐을 뿐입니다.

고질적 저평가의 주요 원인이 실제로 개선된 건 거의 없습니다.

오늘(23일)부터 짚어 볼 '좀비 주식' 문제도 그중 하나입니다.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처럼, 퇴출당해야 할 기업들이 질기게 증시에서 버팁니다.

한국과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약 스물네 배 차이가 나지만, 상장사 수를 보면, 차이가 두 배 정도밖에 안 됩니다.

한국 증시, 덩치는 작으면서 식구만 넘치는 꼴입니다.

부실한 좀비 주식이 한국 증시를 어떻게 좀 먹는지, 또 주주를 어떻게 등치는지, 집중 진단합니다.

먼저, 송수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퀀타피아 홍보영상 : "손가락을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혈당 수치에 맞춰 계산할 수 있습니다."]

'양자 기술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하겠다'.

기계 부품 제조사의 갑작스런 발표였지만, 주가는 반응했습니다.

700원 대에서 4,800원대까지… 두 달 새 6배 넘게 뜁니다.

하지만, 5달 뒤 거래정지 됩니다.

이른바 매출 뻥튀기가 걸렸습니다.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까지 됐지만, 올해 초 상장폐지까지 1년 2개월을 더 버텼습니다.

여기엔 재벌가 '큰 손' 최 모 씨가 낀 투자조합이 한몫했습니다.

천억 원 투자를 약속했던 건데, 이 투자 결국 없던 일이 됐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홍보 영상 : "대한민국의 미래를 견인한 첨단 전략 산업 2차전지…"]

이차전지용 리튬 관련 업체로 2년 전 큰 각광을 받은 상장사.

기술력 논란 등으로 3만 5천 원에서 700원대로, 수직 하락합니다.

지난 3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주주 피해가 쏟아졌는데, 여기서도 '큰 손' 최 씨가 등장합니다.

최 씨는 3년 전 이 회사 전환사채 40억 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최 씨는 재벌가 2세로 복지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인물.

돈과 정보를 쥔 특정 주체가 주가를 움직이는, 이른바 '세력주'의 전형적 특성입니다.

취재 결과, 최 씨는 시가총액 천억 원 미만인 '초소형주' 8곳에 투자했는데, 2곳은 주가조작 수사 대상, 2곳은 거래정지, 1곳은 관리종목이 됐습니다.

[이상목/소액주주연대 대표 : "'세력주' 수법으로 보입니다. 신사업 뉴스를 퍼뜨려서 투자 공시가 이루어지고 다른 또 소액 주주분들이 매수하게 되는 악순환…"]

이들 8개 기업의 일반 주주는 13만여 명.

최 씨가 실현한 수익은 확인된 것만 40억 원이 넘습니다.

[박은석/전 금감원 자본시장국장·변호사 : "주로 거래량이 적은 소형주가 주가조작 같은 불공정거래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무 상태, 신사업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 씨 측은 "자신도 주가 조작범들에게 이용당했다"고 KBS에 전해왔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촬영기자:송상엽/그래픽:박미주/영상편집:권혜미

[앵커]

이렇게 좀비 주식이 시장에서 버티는 배경에는 제도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상장 폐지가 고시 합격만큼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너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박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50객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입니다.

유명 여행사가 리츠로 운영하다 지난해 초 한 부동산 개발회사에 넘겼는데, 인수 후 주가가 급락합니다.

[여운철/스타에스엠리츠 주주연대 대표 : "부실한 기업에 투자하다 보니까 내부에서부터 해서 투자 자금 회수가 좀 어렵겠다고 하니까… 주가는 하락한 거죠."]

올 2월엔 최대 주주 일가의 60억 원 횡령 혐의까지 불거집니다.

임직원 횡령은 상장폐지 사유.

실제 상장폐지가 결정됐지만, 효력정지 가처분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올해 상장 폐지된 기업 15곳 중 9곳이 가처분 소송으로 퇴출을 미뤘습니다.

이런 지연 전략이 늘면서 상폐 결정이 점점 오래 걸리고 있습니다.

현행 규정상 상폐 사유는 14가지가 넘습니다.

부실기업은 최대한 거르잔 취지, 그렇다면 심사도 신속할까.

최근 5년 상장 폐지된 기업 119곳 중 인수합병 등 자발적 상폐를 빼면, 사유 발생부터 최종 퇴출까지 평균 1년 5개월 소요.

4곳 중 1곳 정도가 2년 이상 걸렸고, 최장 5년 4개월 걸린 곳도 있습니다.

2년 넘게 개선 기간을 줄 수 있고, 상폐 심사를 최대 3심까지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되도록 1년 안팎에 결론을 내주는 미국, 일본 등과는 차이가 현저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거래소도 상폐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있습니다.

[황도윤/변호사 : "코스닥 시장이 (상폐 심사 강화에) 더 많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요. 감사 보고서 나올 때 이슈가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해 신규 상장은 99곳.

상장 폐지는 31곳.

상장은 쉽고, 상폐는 어려운 한국 주식의 현주소입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촬영기자:지선호 권순두/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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