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0일 대구 수성구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에서 열린 ‘인공지능 전환(AX) 연구거점 조성을 위한 경청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과거 기독교 단체 모임에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며 ‘모든 인간이 동성애 선택 시 인류가 지속 못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성소수자 연구자들이 “명백한 혐오”라고 비판했다.
한국성소수자연구회,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 한국성소수자/퀴어연구학회는 23일 공동성명을 내어 “‘모든 사람이 동성애를 택한다면 인류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2023년 11월)은 성소수자 이슈를 다양성의 존중과 보편적 인권이 아닌 도구적 관점으로 보는 반인륜적 논리”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김 후보자의 발언은 ‘모든 사람이 동성애를 택하면’이라는 정적인 수사로 시작한다”며 “그는 동성애가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해가 된다는 메시지를 담아, 공포를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성애는 ‘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출생률의 관점에서도 허구”라며 “지금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는 전 세계 39개국을 보라. 우리나라와 같은 유례없이 낮은 출생률을 찾아보기 어렵고, 동성혼 인정으로 출생률이 낮아졌다는 나리는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지난 17일 외신간담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어떤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차별금지법을 본인의 인권과 관련해 절박하게 요구하는 목소리가 하나 있고, 자신의 개인적인 또는 종교적인 신념에 기초해서 차별금지법을 비판할 때 (해당 입법으로) 자신이 처벌받는 것 아닌가 하는 절박한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며 “이 두 가지 본질적인, 헌법적 목소리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들 학회는 “대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계획은 없었다”며 “일부 종교 집단의 편향된 신념으로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발언의 해악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태도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종교적인 신념에 기초해서 차별금지법을 주장하는 이들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말하며 국가 정책의 장에 특정 종교, 그중에서도 일부 교회의 신념을 끌어들인다”며 “그리하여 민주적 숙의 과정을 방해하고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결과적으로 성소수자는 자신이 선택한 종교도 아닌 특정 종교 집단의 신념 때문에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 시민의 권리를 제한받는다”고도 했다.
이들은 “부산 서면의 탄핵 집회 무대에서 자신을 노래방 도우미라고 밝히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그 연설을 기억하라”며 “(그의 연설은)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긴 후에도 이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라는 당부였다”고 했다. 이어 “이제 그 고비를 넘기고 새 정부를 꾸리고 있다”며 “바로 지금 그의 당부를, 우리 모두의 기대와 희망을 기억할 때”라고 했다.
성소수자 연구자들은 이와 관련해 국회를 향해 인사청문회에서 김민석 후보자의 종교 편향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는 이 사안의 중대성에 대한 각성을, 김 후보자에게는 국회의원으로서 했던 종교 편향적 의정활동과 성소수자 혐오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