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상대방의 일상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생명까지 빼앗는 스토킹 범죄.
이런 범죄가 더 극악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몇 번이나 신고를 해도 경찰도 법도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사례들을 이어서 전해드릴 텐데요.
아파트 외벽을 타고 여성이 사는 집에 3번이나 침입한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은 물론 유치장 구금 신청까지 기각됐습니다.
먼저, 김서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새벽 1시경 아파트 4층 복도 창문이 열리더니 한 남성이 걸터앉습니다.
잠시 뒤 아파트 외벽을 타고 능숙하게 3층 집 베란다 창문 안으로 들어갑니다.
신발 한 켤레를 손에 든 남성은 방을 돌아다니며 서랍과 빨랫감을 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현관문을 통해 집을 빠져나갑니다.
그런데 15분 뒤, 또 베란다를 통해 집에 침입하더니 이번엔 여성의 속옷을 챙기고 침입 흔적을 지운 뒤 현관문으로 나갑니다.
20여 분 뒤, 이제 남성은 자기 집인 양 집을 드나듭니다.
남성이 떠나고 불과 7분 뒤에, 집주인인 20대 여성들이 귀가했습니다.
[피해자(음성변조)]
"누구 하나라도 정말 자고 있을 만한 상황이었는데 정말 그렇게는 안 돼서 다행이다…"
남성은 아파트 복도 계단을 올라온 다음 이 창문으로 나가 외벽을 타고 피해자의 집 베란다를 통해 침입했습니다.
보름 만에 검거된 30대 남성은 뒷동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었습니다.
"술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재범 가능성이 높다며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혐의 인정하십니까?〉 ……"
그런데 검찰과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잇달아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최대 한 달 동안 구금할 수 있는 스토킹처벌법 '잠정조치 4호' 신청마저도 오늘 또 기각했습니다.
범인이 피해자 주거지에 접근하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하고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피해자(음성변조)]
"답이 없다. 진짜 누구 하나 진짜 죽어나가야 되나, 그래야지 제대로 된 벌을 받는 건가… 법의 힘을 못 믿을 것 같아요."
몇 년 전 안동으로 취직해 함께 살던 피해자들은 이 일로 직장도 그만두고 안동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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