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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배송 기사인 40대 A씨는 최근 혼자 다루기 힘들 만큼 무거운 물품을 옮기다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떨어져 액정이 파손됐다. 물건을 살펴보니 신라면 40개들이 상자 2개가 하나의 비닐에 ‘합포장’ 돼 있었다. 이제까지 라면 상자는 부피가 커 별도 포장 없이 하나씩 배송됐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늘 비슷한 양을 옮겼는데 최근엔 합포장이 늘어 하루 일당이 2만~3만원 줄었다”며 “합포장이 많아져 허리에 부담이 갈 정도”라고 말했다.

30㎏ 물품 옮겨도 손에 쥐는 돈은 ‘1건 운임’

A씨의 사례에서 보듯 쿠팡 배송 기사들 사이에선 쿠팡이 배송료를 아끼기 위해 과도하게 합포장을 늘리고 있다는 원성이 나오고 있다. 여러 물건을 테이프로 붙이거나 하나로 묶은 합포장 물품은 늘었지만 이런 물품을 옮기는 배송 기사가 손에 쥐는 돈은 1건에 해당하는 운임뿐이다. 이 때문에 배송 기사들은 30㎏에 달하는 물품도 추가 운임 없이 옮기곤 한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은 최근 배송포장재 구분에 ‘MPB6·7’과 ‘헤비박스’를 도입했다. 둘 모두 기존보다 크거나 무거운 물건을 담을 때 쓰인다. 이 중 MPB는 두껍고 질긴 비닐봉지로, 원래 5호까지 있었으나 최근엔 이보다 큰 6·7호가 만들어졌다. 헤비박스는 기존에 있던 탄탄한 재질의 종이 상자 ‘WB7’에 무거운 내용물을 담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엔 합포장을 늘려 배송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배송 기사들은 하나만으로도 무거운 제품을 여러 개 묶어 배송하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게가 10㎏에 달하는 500㎖ 음료수 20개들이 상자 3개(총 30㎏)를 한 봉지에 담거나, 하나에 12㎏이 넘는 A4용지 2500매입 상자 2개(총 24㎏)를 한 상자에 담는 식이다. 쿠팡은 기존엔 이런 제품들은 주로 개별 배송했다.

쿠팡은 ‘퀵플렉스’ 배송 기사에게 물건의 무게나 부피와 관계 없이 배송 건수당 운임료를 지급한다. 이 때문에 배송기사들은 30㎏의 물건을 옮기고 가벼운 물건 하나를 옮긴 것과 같은 돈을 받는다. 쿠팡의 운임료는 배송지에 따라 건당 최소 500원대에서 많아야 1000원대다.

무리한 합포장에 소비자 원성도 커져

쿠팡의 이 같은 행태는 다른 업체들과 비교하면 더 도드라진다. 예컨대 네이버·SSG닷컴·G마켓 등의 배송을 담당하는 CJ대한통운은 물건이 무겁고 클수록 높은 운임을 매긴다. 합포장한 물품의 무게도 최대 15~20㎏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넘기면 ‘이형화물’로 분류해 취급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쿠팡이 배송 기사에게 추가 운임 없이 최대 30㎏의 물품까지 맡기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무리한 합포장으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에게도 돌아간다. 운송품이 지나치게 무거워 배송 도중 파손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포장 상자나 비닐이 찢어지는 경우가 수두룩하고, 통조림 캔이 찌그러지고 세제통이 깨지는 등 내용물이 손상되는 일도 빈번하다.

합포장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쿠팡의 경우엔 적용되지 않는다. 포장 없이 배송할 수 있는 물건을 거대한 비닐 또는 상자로 다시 한번 포장하니 쓰레기가 더 생길 수밖에 없어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업계 매출 1위인 쿠팡은 이제 이익 추구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며 “종사자의 안전 등 사회적 책임도 고려하는 게 기업 발전에 장기적으론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팡 관계자는 “전국의 물류망이 더욱 촘촘해지면서 여러 지역의 물류센터에서 출고되던 상품들이 한 물류센터에서 동시에 출고돼 배송되는 경우가 늘었다”며 “쿠팡은 친환경적 노력의 일환으로 과포장 문제를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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