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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한 마리 3만원, 냉면 한 그릇 1만원 시대
무한리필, 새로운 프랜차이즈 트렌드로
샤브올데이, 1년 만에 가맹 50호점 돌파, 현재 200여개
자영업자 폐업신고 1년에 100만 육박
그래픽=박명규 디자이너
“물가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9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새 정부가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울 만큼 현재 국내 상황은 심각하다. 자고 일어나면 먹거리 가격이 오른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냉면 한 그릇, 계란 한 판 가격은 1만원이 넘은 지 오래다.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은데 물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다보니 서민들의 가계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최근 소비 트렌드가 급변한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아낄 수 있는 건 최대한 아끼자는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주요 상권에는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운 식당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커피에 이어 외식시장으로 ‘초저가’ 열풍이 옮겨붙은 것이다. 싼 게 잘 팔리자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유통 채널에서도 미끼상품으로 연일 ‘초특가’ 행사를 진행 중이다. 유튜브에서는 ‘짠테크 브이로그’, ‘짠돌이 일상’ 등이 인기다. 이른바 ‘미친 물가’ 속에서 초저가 전략이 소비자를 유인하는 마케팅 키워드가 됐다.

‘샤브올데이’, ‘꾸석지돌판한우’, ‘생마차’.


최근 창업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세 곳의 프랜차이즈다. 전국 유흥가 골목 요지마다 이들 간판이 내걸린 점포 하나쯤은 이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프랜차이즈는 불황을 먹고 자랐다. 썰렁한 주변 가게들과는 달리 매장 내부는 언제나 사람들로 꽉 차 시끌벅적하다. 점포 앞에 긴 대기줄이 생겨나는 것도 예사다. 불경기 속에서도 세 프랜차이즈는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며 쑥쑥 커나가고 있다.

‘가격 파괴’.
최근 외식 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떠오른 단어다. 초저가를 내세운 프랜차이즈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것. ‘샤브올데이’, ‘생마차’, ‘꾸석지돌판한우’ 등이 대표 격이다.

치킨 한 마리에 3만원, 냉면 한 그릇에 1만원이 넘는 시대다. 그런데 이들은 ‘이 가격이 맞나’ 싶을 만큼 싼값에 음식을 판매하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런 ‘초저가 전략’이 한 푼이라도 절약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며 이들은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트렌드가 부상한데 대해 국내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어두운 단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커피 넘어 외식업계도 초저가 열풍 불황 속에 쑥쑥 자라고 있는 프랜차이즈 선두주자는 무한리필 샤브샤브 전문점 샤브올데이다. 첫 간판이 내걸린 건 2023년 7월. 당시에도 외식업 경기는 썩 좋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샤브올데이는 무서운 속도로 점포 수를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1년 만에 가맹점 50호점을 넘은 샤브올데이는 현재 200여 개로 그 수를 확장했다. 작년보다 외식업 경기가 더욱 나빠진 올해에도 지난 6개월 사이 가맹점을 90개나 늘리기도 했다. 현재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 매장만 수십 개에 이른다.

신선한 채소와 고품질 소고기와 샐러드바를 2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무제한으로 제공한 것이 빠르게 입소문 났다. 주택가 인근에 들어선 매장에도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줄을 선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을 정도다.

꾸석지돌판한우는 최근 외식업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한우 프랜차이즈로 가맹사업 개시 1년 만에 200호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꾸석지돌판한우는 질 1등급 한우를 삼겹살보다 싼 9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식당이다.

유흥 시장에서도 초저가 돌풍이 거센데 그 중심에는 ‘생마차’가 있다. 2023년 8월 1호점 오픈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장 수를 183개까지 늘렸다. 생마차는 1000원대 생맥주와 닭요리를 판매한다. 자고 나면 생필품 가격이 오른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앞세워 큰 이슈가 됐다.

이들의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공통분모는 상식을 파괴한 가격다. 이에 따른 논란도 있다. 이들의 수익모델은 ‘박리다매’다. 마진을 최소화하는 대신 음식을 많이 팔아 이익을 내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일부 점주들은 마진이 너무 낮다 보니 고생한 것에 비해 큰돈을 버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또 업계에선 원재료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경우엔 팔수록 손해를 볼 수 있어 점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들이 국내 외식산업을 뒤흔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도 세 브랜드는 점포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예비 창업주들의 문의도 끊이질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자본들이 이들의 성공을 벤치마킹한 ‘미투 브랜드’를 쏟아내고 있다. 저가 커피 시장의 양상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인근 식당들조차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소주 특가 프로모션’을 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점점 거리들이 초저가를 내세운 간판들로 물들어가는 이면에는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삶이 팍팍해지는 어두운 한국 사회의 이면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래픽=박명규 디자이너
팍팍해진 서민들의 삶저가 프랜차이즈 외에 전반적인 외식업 경기는 올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라는 ‘삼중고’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굳게 닫았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이 자영업자들이다. 최근 폐업신고를 하는 자영업자가 1년에 100만 명에 육박하는 게 그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점포 수가 줄거나 더딘 확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각종 통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매 분기 발표하는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를 보자. 외식산업의 매출, 식재료 원가, 고용 등 다양한 항목을 조사해 이를 내놓고 있는데 해당 지수가 100 미만이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업체가 증가한 업체보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 올해 1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는 70.6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71.52)보다 0.92포인트 내렸으며 전년 동기(79.28)와 비교하면 무려 8.68포인트 떨어졌다. 외식업계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3가지 기본요소가 ‘의식주’인데 이렇게 되면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이 바로 보통 ‘의’와 ‘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은정 동국대 산학협력 교수는 “특히 최근에는 외식비가 크게 오르면서 사람들이 코로나19 때처럼 다시 ‘집밥’을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많은 외식 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6개월간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더 커졌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약 반년간 이어진 무정부 사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 ‘밥상 물가’는 끝을 모르고 치솟았다. 마트에서 계란 한 판을 사려 해도 1만원을 내야 한다. 이뿐이랴. 정정불안에 따른 리스크로 실물 시장에선 투자 위축, 성장률 둔화를 야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커피, 음식점과 같은 외식시장뿐 아니라 패션, 유통 업계에서도 소비자들이 초저가를 찾는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한국 사회가 살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아직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당분간 초저가 소비 트렌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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