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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에 현지 법인·공장 설립
동남아, 일본 주도 속 中 약진
동남아 최대 축구 대회 후원도

현대차가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동남아 시장은 오랜 기간 일본 자동차 업체가 주도해 왔지만, 최근 중국 기업이 전기차를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와 국내 시장 포화로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현대차는 자동차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동남아 시장 공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23일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현지 법인인 현대말레이시아(HMY)를 설립했다. 현대차는 올해 안에 말레이시아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ports Utility Vehicle·SUV)과 다목적차량(Multi-Purpose Vehicle·MPV) 등 3종의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최근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는데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된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산 배터리 탑재 전기차 양산 기념식에서 정의선(오른쪽 두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차량에 서명하고 있다./현대차 제공

말레이시아에서는 그동안 현지 유통업체가 현대차의 판매를 대행해 왔다. 그러나 이번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해 앞으로 현대차가 직접 마케팅과 판매, 딜러망 구축 등에 나서게 된다.

현대차는 또 말레이시아 케다에 약 7000억원을 투자해 CKD(Completely Knocked Down·부품을 분해해 들여온 후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준공되는 이 공장에서는 상용차인 스타리아를 시작으로 향후 7종의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 태국과 함께 동남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신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81만6747대를 기록하며, 57만2675대에 그친 태국을 제치고 인도네시아(88만9680대)에 이어 동남아 시장 2위에 올랐다. 현대차가 생산 시설과 판매 법인을 잇따라 설립하며 현지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도 말레이시아의 시장성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도 진출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2022년 공장을 세워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코나EV 등을 생산하고 있다. 태국에서도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며, 내년부터 현지 업체와 합작해 CKD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동남아 시장은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중국 업체가 약진하고 있다.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 전기차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중심의 일본차는 점차 수요가 줄고 있는 반면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일본 차 점유율은 2019년 95%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89%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 차 점유율은 2% 미만에서 6%로 약 4%포인트(P) 올랐다. 태국에서도 일본 차는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점유율이 11%P 하락한 76%에 그친 반면 중국 차는 0% 수준에서 12%로 상승했다.

현대차는 아직 동남아에서 점유율이 미미한 편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은 3.6%를 기록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진출 초기 단계다.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인 베트남에서만 지난해 13.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현지 브랜드인 빈패스트(17.6%)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현대차의 동남아 지역 점유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오래전 시장을 선점했던 일본차와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차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최근 동남아 여러 지역에 공장을 짓고 있는 것도 생산·운송비를 아껴 중국차와의 가격 차이를 줄이겠다는 목적에서다.

현대차는 동남아 공략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25% 관세 부과로 수익성이 악화됐으며, 국내 시장도 성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반면 동남아는 많은 인구와 높은 성장률로 완성차 업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신(新)시장으로 꼽힌다. 베트남은 2023년 신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2% 늘었고, 지난해에도 24% 증가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동남아시아축구연맹과 조인식을 열고 동남아시아 권역 남자 국가대표 축구 대회의 공식 명칭을 '아세안 현대컵'으로 변경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동남아에서 일본, 중국차에 비해 낮은 인지도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브랜드 마케팅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동남아축구연맹(AFF)과 동남아 권역 남자 국가대표 축구 대회의 공식 명칭을 ‘아세안 현대컵’으로 바꾸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난 1996년 창설돼 격년제로 개최되는 이 대회는 이른바 ‘동남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동남아 최대 스포츠 이벤트다. 동남아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 업체가 오랜 기간 후원을 맡아 2008년부터 2020년까지는 ‘스즈키컵’으로, 이후 2년간은 ‘미쓰비시일렉트릭컵’으로 불렸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회사인 스즈키는 동남아에서 도요타, 혼다 등 일본 경쟁사들에 비해 열세였지만, 12년간 후원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며 “이번 스폰서십 계약을 통해 현대차도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는 데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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