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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4일(현지 시간) 미 육군 창립 250주년을 기념해 워싱턴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 사진=연합뉴스


“잊혀진 미국인들에게 바칩니다.(Dedication: To the Forgotten Men and Women of America)”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발표한 정책 강령 ‘2024 GOP 플랫폼’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집 ‘어젠다47(Agenda47)’과 함께 이 강령은 마가(MAGA) 정신을 집약한 정치 선언서다.

2015년 6월 16일 트럼프는 뉴욕 트럼프타워의 ‘황금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며 첫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한 차례의 임기와 4년의 공백을 거쳐 그는 다시 백악관에 돌아왔다. 2025년 6월 18일 재집권 150일째를 맞은 그는 외교·경제·교육·문화 전방위에서 1기보다 더 빠르고 거침없이 공약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의 약속은 말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젠다47’에 담긴 20개 공약이 실제로 어떻게 현실화되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이민 ‘국경 봉쇄’에서 ‘정체성 투쟁’으로 6월 14일(현지 시간) 미국은 두 개의 풍경으로 나뉘었다. 수도 워싱턴DC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과 육군 창설일을 기념하는 열병식이 열렸다. 같은 날 미 전역에서는 그의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노 킹(No King)’ 시위가 동시다발로 벌어졌다. 로이터는 이날 2000건 이상의 시위에 약 40만명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민 갈등의 기점은 6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이라 부른 로스앤젤레스 불법이민자 단속이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하루 만에 수백 명을 체포했고, 이에 반발한 충돌이 발생했다. 시위가 방화 등으로 격렬해지자 주방위군과 해병대까지 투입됐다.

이번 작전은 공약 1번 ‘국경 봉쇄’, 2번 ‘대규모 추방’, 10번 ‘이민자 범죄 척결’이 임기 150일 만에 정책으로 구현된 사례다. 공화당 정책과 어젠다47은 모두 이민 문제를 ‘질서와 안보’의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강령에는 단순 체류 위반자뿐 아니라 경범죄자, 이슬람 극단주의자, 공산주의자, 반기독교 성향자까지 추방 대상으로 명시돼 있으며 “기독교를 혐오하는 외국인 공산주의자·마르크스주의자의 입국을 차단하겠다”는 문구가 등장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은 미국 사회의 정체성과 정치 지형을 가르는 전선이 되고 있다. 6월 17일 발표된 로이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이민정책에 대한 평가는 ‘지지하지 않는다’ 49%, ‘지지한다’ 44%로 팽팽하게 갈렸다. 특히 트럼프가 직접 지시한 군 병력 투입에 대해서는 ‘지지’ 41%, ‘반대’ 44%로 오차범위 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트럼프의 경제 재건, 기대와 현실 사이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제조업 회복을 미국 경제 재건의 핵심 과제로 삼았다. 공약 3~6번(인플레이션 종식, 에너지 패권 확보, 제조업 부흥, 노동자 감세)은 모두 이를 위한 기반 정책이다.

실제로 그는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했고, 취임 76일째인 4월 5일(현지 시간)에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2.4%로 연준 목표치를 상회했고 에너지정보청(EIA)은 2026년 원유 생산량 감소를 경고했다.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자재의 가격 상승이 수익성에 오히려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정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도 축소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보조금과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추진 중이다. 공화당은 ‘그린뉴딜 폐기’와 ‘모든 에너지 생산의 전면 해방’을 내걸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기차 세액공제가 조기 종료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정적자 증가 논란으로 정치권에서 뇌관이 되고 있는 감세 법안도 공약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화당은 1기 시절 통과된 감세 및 고용법의 핵심 조항을 영구화하겠다는 입장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로 부르며 표준 공제 확대, 자녀 세액공제 강화, 팁 소득 면세 등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와 평화, 가능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실패로 규정하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하루 만에 끝났을 전쟁”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고, 이스라엘과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세계 위기의 책임을 바이든에게 돌리지만 대통령들은 늘 이미 움직이고 있는 세계를 물려받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집은 ‘힘을 통한 평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지정학적 안정이 인플레이션 억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공화당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최혜국 대우 철회 ▲중국산 필수재 수입 중단 ▲중국 기업의 산업·부동산 매입 차단 등의 조치를 제시했다.

강경 외교의 연장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골든 돔(Golden Dome)’이라는 위성 기반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망을 추진 중이다. 골든 돔은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의 ICBM을 탐지·요격하는 체계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추진하다 미완에 그친 이른바 ‘스타워즈’ 구상을 재추진하는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240조원을 투입해 임기 내 ‘골든 돔’ 요격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의회예산처(CBO)는 이 사업이 향후 20년간 745조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도 임기 내 실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 밖의 공약들: 교실에서 투표함까지
교육·문화 정책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공약 16~18번에는 성 정체성과 인종이론(CRT) 교육을 금지하고 생물학적 남성의 여성 스포츠 출전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선거제도 개편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시민권 증명 의무화와 우편투표 무효화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보스턴 연방법원은 “대통령은 선거 규칙을 정할 헌법상 권한이 없다”며 해당 조치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의 복귀를 “단순한 정치적 재등장이 아닌, 세계화와 다자주의 질서에 대한 철학적 반발”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명한 “잊혀진 미국인들”은 이제 수사를 넘어 실체를 갖춘 정치 세력이 되었고, 미국이라는 거대한 패권국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트럼프가 다시 그려낸 세계 지도 위에서 우리는 어떤 질서를 살아가게 될까.


고송희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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