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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공격·호르무즈 봉쇄 등 옵션
이라크·아프간 때처럼 수렁 빠질 수도
이란 추종세력들 '보복' 다짐했지만
군 수뇌부 대거 사망에 여력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군의 이란 핵 시설 공습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배석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주 시한’을 던진 지 이틀 만에 이란 핵시설을 전격 타격하면서 9일째 이어진 중동의 무력충돌이 신속한 종전이냐 확전이냐 중대 기로에 섰다. 이스라엘의 선제공습으로 군 수뇌부를 대거 잃은 이란이 세계 최대 군사강국인 미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치를 여력이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예멘 후티 반군 등 추종 세력까지 가세시켜 전방위적 보복에 나설 공산 또한 충분하다.

이란의 대응 수위에 따라 트럼프는 이란 핵문제를 단번에 푼 ‘해결사’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수렁에 빠져 전쟁광으로까지 불렸던 과거 미국 지도자들의 경험을 반복할 수도 있다. 역설적이게도 트럼프의 운명이 이란에 달린 셈이다.

이란 "역내 모든 미국인, 군인은 합법적 표적"

19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 대사관이 있는 그린존으로 이어지는 다리 위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든 시아파 성직자들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바그다드=AP 뉴시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의 핵시설 타격을 언급하며 “이란은 주권과 이익, 국민을 수호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날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에서 "미국은 핵 시설 공격으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 대화 과정에서 먼저 이탈해 외교를 저버린 것은 미국"이라며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화를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하마스와 예멘의 후티 반군도 각각 “미국은 이번 공격의 중대한 후과에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 “트럼프는 그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보복을 다짐했다. 이란이 이들 세력을 동원해 미국인이나 중동 내 미군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이란 국영 TV 진행자는 “역내 모든 미국 시민이나 군인은 이제 합법적 표적이 됐다”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란은 앞서 미국의 군사개입에 대비해 이라크와 시리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의 미군기지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은 4만 명에 이른다.

해상 운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을 폐쇄하고 미 선박을 공격하는 것도 군사 옵션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럴 경우 트럼프는 지상군 투입 등 확전을 각오해야 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처럼 수많은 장병이 희생되고 막대한 비용을 치른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당시 미국 안팎에서 전쟁광이란 오명까지 얻었다. 트럼프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란의 보복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물론 백기투항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렇다고 전면전을 치를 여력도 불충분해서다. 이스라엘의 공습 첫날, 군부 투톱을 잃은 이란은 나흘 뒤 이들 후임인 전시참모총장의 부고를 접했고 이스라엘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미사일 ‘섞어쏘기’를 감행하면서 무기고도 바닥난 상태로 알려져있다.

카림 사드자드푸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엑스(X)에 “이란의 보복 옵션의 상당수는 자살 폭탄 테러와 같은 것”이라며 "미국 대사관과 기지를 공격하고, 호르무즈해협에 기뢰를 투하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역풍을 견뎌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투항 여력 없는 이란, 핵포기 가능성은…

미국 민간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6월 19일 촬영한 이란의 포르도 핵시설 위성사진. AFP 연합뉴스


트럼프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미군기지에 대한 반격 없이 투항하고 핵까지 포기하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직후 대국민 담화에서 이란의 확전 의지를 꺾고 전면전 명분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이란을 향해 “표적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기억하라”며 “평화가 빨리 도래하지 않으면 다른 표적들을 정밀하고 숙련되게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우리의 목적은 이란의 핵 농축 역량을 파괴하고 핵 위협을 저지하는 것”이라며 이란의 정권교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는 이란과의 전면전을 원치 않으며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는 필요한 조치에만 집중한다는 의도를 강조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는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이 지상군 파견”이라며 대이란 지상군 파견에 대해서도 선을 그은 상태다.

다만 트럼프 말처럼 이란 핵시설이 대거 파괴됐다 해도 그것이 ‘이란 핵 문제의 최종 해결’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핵개발 기술과 연구자가 있는 이상, 핵 문제는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을 계기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정권이 핵개발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럴 경우 이란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도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거론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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