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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여야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훈식 비서실장,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 대통령, 국민의힘 김용태 비대위원장·송언석 원내대표, 우상호 정무수석. 김현동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1시간45분 동안 오찬 회동을 했다. 취임 18일 만에 관저로 제1야당 지도부를 초청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격의 없는 대화를 시작했다는 데 서로 의미를 부여했다”고 했지만, 주요 쟁점에선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이날 오찬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선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여당 김병기, 야당 김용태·송언석 참석
약 35분간의 모두발언은 이 대통령(3분30초) → 김 비대위원장(7분) → 송 원내대표(18분) → 김 원내대표(6분30초) 순으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입을 열자 펜을 들고 메모를 했다. 김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 통합 노력을 한다면 국민의힘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한 뒤 돌연 7가지 제언이 담긴 A4용지를 손에 들고 읽어 내려갔다. 7가지 제언은 ▶확장 재정 정책 면밀 검토 ▶초당적 외교안보 협력 ▶인사 5대 원칙 발표 ▶사법부 독립 ▶의료·노동 교육 개혁 방향성 제시 ▶중장기적 주택공급 대책 ▶정치·선거 제도 개혁 등이었다. “대통령 재판 관련 입법은 없을 것을 약속해 달라”는 말도 했다.

준비된 원고를 읽어간 야당 대표의 작심 발언에 정치권에선 “윤석열-이재명 영수회담 데자뷔”라는 말이 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총선 참패 직후인 지난해 4월 29일 당시 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과 처음이자 마지막 영수회담을 가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드릴 말씀을 써서 왔다”며 안주머니에서 A4 용지 10장을 꺼낸 뒤 김건희 여사 의혹 등을 거론하며 약 15분간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이 대통령도 22일 그때를 떠올렸다. 비공개 회동으로 들어서며 우 수석이 “역대 최고 길었던 여야 오찬 모두발언”이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내가 윤 전 대통령 앞에서 발언했을 때보다 짧은 것 같다”고 농 섞인 응수를 했다고 한다.

이날 회동에서 입장차가 가장 컸던 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문제였다. 송 원내대표는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문회도 하기 전인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청문회 자료 제출은 하지 않으면서 청문위원을 조롱하고 비아냥하는 글을 올린다”며 “국회 청문회와 인준 절차를 대놓고 무시하고 능멸하는 오만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도 “정부·여당에서 문재인 정부 때 5대 원칙과 같은 원칙을 제시하고, 국회에서 먼저 합의하는 방안을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인사는 여러 명이 흔들면 망한다.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흔들리기 시작하거나 공개되지 않는 사실에 중점을 두기 시작하면 제대로 진행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비공개 대화에서 “청문회 과정에서 본인의 해명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민주당에서 검토 중인 인사청문회법 개정에 대해서도 “공감한다”며 “가족의 신상까지 다 문제 삼기 때문에 능력 있는 분들이 입각을 꺼리는 고충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 원내대표는 회동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김민석 총리 후보자가) 새 정부 국정 운영에도 큰 부담이 될 거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으나, 이 대통령은 즉답하지 않았다”며 “아마도 지명 철회할 뜻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양당 공통 공약 빠르게 실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22일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원(院) 구성 문제도 테이블 위에 올랐다. 송 원내대표는 “원내 교섭단체 순서대로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고,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게 오랜 국회 관행이었다. 정치 복원, 국민 통합을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내주시라”며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국민 통합과 정치 복원을 지난 4년 동안 외면했던 것은 윤석열 정부였다”며 “처음부터 염려하지 마시고 잘할 기회를 달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여야 간에 잘 협상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송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주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거취와 민주당의 법사위원장 할애에 대한 입장을 지켜볼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입법부·행정부 권력을 모두 틀어쥐고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는다면, ‘식사 한번 하면서 야당을 들러리 세웠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회동에선 추경을 비롯한 경제 정책을 둘러싼 토론도 이뤄졌다. 김 위원장이 “정부의 확장 재정이 물가 상승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면밀하게 검토해 달라”고 하자, 김 원내대표는 “저희는 이런 방법으로 하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하는 것이다.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맞받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과거 양당이 공약을 낸 것 중에 비슷한 것들이 있는데, 크게 이견이 없는 부분들은 빠르게 실천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도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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