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 핵시설을 공습했다는 내용의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관세전쟁에 이어 중동전쟁 개입까지,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유가가 급등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의 이란 공습은 금융시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 밤인 21일(현지시간) 이뤄졌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주중) 시장이 재개되면 세계 금융시장이 반사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유가 급등과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포토맥 리버 캐피털의 마크 스핀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불확실성이 시장 전반을 뒤덮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우려되는 건 유가 변동성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에 2주간의 협상 시한을 제시한 지난 20일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WTI) 선물은 전장 대비 2.3%, 0.3% 하락한 배럴당 77.01달러, 74.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21일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유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22일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최고국가안보회의가 이를 최종 결정할지가 가장 큰 변수가 됐다. 세계 소비량의 5분의 1에 달하는 원유(하루 평균 2000만 배럴)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간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가 중동산이며 이 중 99%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은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 국내 전 산업 생산비용은 3.02%, 제조업과 서비스업 생산비용은 각각 5.19%와 1.39%씩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국의 공습 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호르무즈해협 폐쇄 등) 가장 심각한 경우 세계 원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아 올해 말까지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6%(전년 대비)에 가까워질 수 있다”며 “올해 미국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이미 시장은 위험 신호를 주시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원유 운반 선박의 용선료는 이스라엘의 공격 이전과 비교해 90% 가까이 상승했다.
전쟁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겨 달러 수요를 일시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달러 가치는 트럼프 정부 무역전쟁의 여파로 올해 들어 최대 10%까지 하락했다. 유가 급등은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여력을 낮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