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vs 박찬대 ‘빅매치’… 거여 당권 레이스 스타트
박찬대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차기 당대표 선거 출마를 결심하면서 정청래 의원과의 2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양측 모두 지난 정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며 대여투쟁 전면에 섰던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다. 집권 첫해 당대표라는 상징성과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더해져 ‘명심(明心)’ 경쟁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평가다.
박 전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 회견을 연다. 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방문 일정과 22일 열린 여야 지도부 초청 오찬 일정을 피해 회견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15일 일찌감치 출사표를 내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전날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고, 이날은 강원을 찾아 당원들을 만났다.
박 전 원내대표와 정 의원 모두 이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지도부로 일한 ‘찐명’ 주자다.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선봉에 선 ‘투쟁 동지’이기도 하다. 특히 박 전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신진 측근 그룹으로 급부상하며 강성 지지층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측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은 정 의원 역시 출마 선언 때 “이재명이 정청래고, 정청래가 이재명”이라며 명심을 호소했다.
양측 지지자와 당원들 사이에서는 벌써 과열 조짐도 엿보인다. 정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직후 ‘박찬대를 당대표 후보로 추천한다’는 제목의 온라인 서명서가 당원들 사이에서 공유됐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유튜브 ‘이동형 TV’ 출연 영상을 올리며 “저보고 ‘왕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라는데 사실이 아니다. 겉은 물론이고 속도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충심으로 가득 차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2023년 9월 이재명 당시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 가결 때 웃었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한 해명이다. 그러면서 “네거티브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박 전 원내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하나가 됐을 때 가장 강하다.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은 중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전당대회는 오는 8월 2일 열리며, 후보 등록은 다음 달 10일 하루만 받는다. 선거인단 반영 비율은 대의원 15%, 권리당원 55%, 일반 국민 30%다. 후보자가 3명 이상일 경우 내달 15일 예비경선을 진행한다. 신임 당대표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인 내년 8월 1일까지다. 순회경선은 다음 달 19일 충청을 시작으로 영남, 호남, 수도권으로 이어진 뒤 2일 서울·강원·제주를 돌고 마무리된다.
권리당원의 약 30%가 있는 호남 지역이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정 의원은 지난 19일부터 광주와 목포 등 호남 지역을 가장 먼저 방문했다. 박 전 원내대표도 최근 광주·전남 지역 의원들의 대선 캠프 해단식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