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격 직후 21일 밤 미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의 공격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왼쪽부터)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땅속까지 뚫고 들어가는 초대형 폭탄인 벙커버스터 등 최첨단 화력을 동원해 이란 핵시설을 기습 타격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번 공격으로 이란 핵 심장부로 알려진 포르도 지하 핵 농축 시설과 나탄즈 및 이스파한의 핵시설을 '완전 제거'했다는 게 미국 주장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충돌에 미국이 본격 개입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함에 따라 '세계의 화약고' 중동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2주간의 협상 시한을 이란에 부여한다는 입장 표명 후 불과 이틀 만에 이뤄졌다. 비록 이란의 핵 위협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하더라도 외교적 해결 노력이 충분했는지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직 '힘의 논리'에 의존, 핵 위협 근거 제시는 물론 선전포고조차 없이 강행한 무력행사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국제 평화 및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당장 이란은 역내 모든 미국 시민과 군인을 '합법적 표적'으로 두고 보복할 것임을 경고했다. 이라크, 바레인 등 주변국 미군 시설을 겨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수천 명에 달하는 중동 위험지역 체류 재외국민들의 안전마저 위태로워진다. 세계 원유의 20% 이상이 운송되는 호르무즈해협 주변의 피격 위험과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유가 폭등 등 글로벌 경제가 감당할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과 중동 수출도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재외국민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지키는 것은 물론 급격한 물가인상과 무역악화 등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늦지 않게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이 협상 대신 처음으로 무력을 동원해 다른 나라의 핵 능력 제거를 시도했다는 사실은 심상찮은 대목이다. 이란과 마찬가지로 핵 무력 증강을 멈추지 않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도 트럼프 정부가 강경책을 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미 핵 보유국이란 의미의 '뉴클리어 파워'로 불리는 북한과 그렇지 않은 이란의 상황은 다르다. 문제는 위기감이 커진 북한의 핵 폭주는 더 거세질 공산이 크다는 데 있다. 이 경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의 길은 또 멀어지게 된다. 우리 정부는 미국에 지역 안정을 해치는 극단적 북핵 문제 접근법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자강책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