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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프리덤칼리지장학회의 후원 모집 전단. 독자 제공.

교육과 온라인 여론전을 매개로 ‘아스팔트 우파’의 영향력을 확산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정치인으로 성장할 ‘전업 애국전사’를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장학 후원금을 모았던 정황이 드러났다. 한겨레가 입수한 리박스쿨 사무실 내부 문건들에선, 손 대표와 우파 단체들이 청년·청소년을 상대로 한 제도권 교육 참여에 꾸준히 관심을 보인 흔적도 여럿 나타났다.

한겨레가 18일 서울 인사동 리박스쿨 사무실에 있던 프리덤칼리지장학회(장학회)의 후원자 모집 전단(‘나라애 인재양성 1만원의 기적’)을 입수해 살펴보니, 장학회는 “2030 청년들을 전업 애국전사로 키울 수 있도록 학비를 십시일반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장학회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만든 단체로, 후원자 모집 전단은 활동 초기 만든 것으로 보인다.

장학회 전단에는 손 대표를 비롯한 아스팔트 우파 단체들의 ‘세대교체 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여럿 등장한다. 장학회의 비전이 “6070 보수우파는 2030 자유우파를 목숨 걸고 지원하여 정치지망생, 의원 보좌관, 지방의원,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꿈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소개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세가 줄어든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장학금 지원 등을 고리로 청년층에 파고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장학회는 ‘애국시민 회원’들의 후원금을 모아 “현장 경험과 건국 사상 지식, 비서 역량을 교육·훈련”시켜 “시민활동가, 구국 전사 양성 및 올바른 역사문화 의식 가치를 고양하겠다”는 활동 목표를 제시했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서초 청년센터 운영 민간위탁 수탁기관 모집 사업 제안서’ 문건. 독자 제공.

실제 청년층 우파 활동가를 키우려 한 흔적은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발견된 문건 곳곳에서 나타난다. 리박스쿨 홍보팀장이면서 교육 강사였던 최아무개씨 명함엔 ‘위기의 대한민국, 어떻게 구할 것인가’라는 문구와 함께, 리박스쿨이 운영하던 강좌로 ‘1인1단체설립 엔지오(NGO) 스펀지교실’, ‘1인미디어 유튜브블로그 교실’ 등이 적혔다. 활동가 양성에 초점을 맞춘 교육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해온 것이다.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지방자치단체 청년 사업이나 공교육에 진입하려 한 흔적도 보인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발견된 문건 가운데는 서울 서초구의 ‘서초 청년센터 운영 민관 위탁 수탁기관 모집 사업제안서’도 있다. 청년에게 교육·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지자체의 청년센터 위탁 운영에 관심을 둔 것이다. 제안자는 고아무개씨였는데, 그는 손 대표와 함께 우파 성향의 늘봄학교 지지단체인 ‘함께행복교육봉사단’에서 활동했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손효숙 대표의 늘봄학교 강사 연수 이름표. 독자 제공.

리박스쿨 사무실에서는 지난해 7월 진행된 ‘교원양성 교육과정 체계 발전 방안’ 포럼 책자도 발견됐다. 당시 포럼 내용은 ‘초등·중등교원 양성 교육과정’이었다. 이들이 늘봄학교 ‘강사’뿐 아니라 ‘정규 교원’ 양성에까지 관심을 둔 흔적이다. 이미 교육부에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늘봄학교 침투 의혹과 관련해서도 ‘교육청 늘봄강사 모집요강 수시로 확인’, ‘서울교대 기초과정 온라인 연수’ 등의 내용을 적어둔 쪽지가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손효숙’ 이름이 적힌 ‘늘봄학교 강사 연수(기초과정 3차)’ 이름표도 있다. 손 대표가 늘봄학교 강사 주선에만 나선 게 아니라, 자신도 직접 늘봄학교 강사 연수를 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손 대표의 ‘애국전사’ 양성 활동이 정치권의 측면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리박스쿨 사무실 문건 중에 정경희 전 국민의힘 의원 명의의 등기우편(2024년 1월4일) 봉투가 나오기도 했다. 2021년 8월27일 극우 성향 매체인 스카이데일리가 손 대표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손 대표는 리박스쿨 역사 강사들을 소개하며 “국회의원인 정경희 전 교수가 대표적”이라고 꼽았다. 정 전 의원은 21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뉴라이트 성향의 역사 인식을 드러내 수차례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학생 단체 ‘평화나비네트워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리박스쿨의 역사 왜곡을 규탄하며 강력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자신을 ‘예비교사'라고 소개한 서울교대 재학생 성예림씨는 “교대생들은 4년간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지 고민하고 공부한다. 막상 현장에서 아이들이 (극우 교육으로 인해) ‘우리가 학교에서 잘못 배운 것’이라고 하면 어떻게 답해야 하느냐”며 “다시는 극우 세력이 학교 문턱을 넘을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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