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4등’에서 수영 코치인 광수(박해준)가 준호(유재상)에게 체벌을 가하는 장면.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프레인글로벌 제공

초등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친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자와 배드민턴 라켓으로 때렸다가 감봉 처분을 받은 교사가 징계가 과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A씨의 행위에 대해 "교원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켰으므로 이를 제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춘천지법 행정1부(부장 김병철)는 교사 A씨가 원주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5월 3학년 수업 중 피해 아동이 수업 시간에 친구와 장난을 친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자로 종아리 10대와 허벅지 1대를 때렸다. 다음 날과 그다음 날에도 같은 이유로 플라스틱 자를 이용해 학생의 손바닥과 종아리를 때렸다. A씨는 2022년 9월에도 친구와 장난하다 싸웠다는 이유로 4학년 학생의 등과 팔을 한 차례씩 배드민턴 라켓으로 때린 바 있다.

이러한 일들로 A씨는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 40시간과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40시간 수강 보호처분을 받았고, 원주교육지원청에서는 감봉 1개월 징계를 받았다. A씨는 감봉 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냈다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법정에서 "피해 학생들에게 체벌 전 주의를 줬는데도 계속해서 떠들거나 장난을 쳤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호하기 위해 가볍게 때린 것일 뿐"이라며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의 증거들을 봤을 때 A씨 주장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없고, 관련법에서도 '학생을 지도할 때 도구나 신체 등을 이용해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특히 체벌 내용이나 횟수 등을 고려하면 A씨에게 강등 이상의 중징계도 가능하지만 경징계 처분이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원고는 법정에서 '교사가 체벌을 가할 수 없다는 점을 몰랐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교육지도자로서 기본적 소양에 의심이 들 수도 있는 발언"이라며 A씨를 꾸짖기도 했다.

한국일보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