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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복지원금에서 상위 10%를 가려낼 주된 기준은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때와 마찬가지로 건강보험료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이의 신청이 44만 건에 달하는 등 반발이 컸다. 이번에도 선별 과정에 들어가는 행정비용과 선별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득별로 차등 지급하는 지원금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정부가 민생회복지원금을 1차와 2차로 나눠 지급하는 이유는 선별 기준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22일 정부 관계자는 “향후 태스크포스(TF)에서 행정안전부가 가구를 구성하고 기획재정부가 상위 10%에 해당하는 중위소득 기준을 정하면 보건복지부가 월 건강보험료 기준을 산출해야 한다”며 “이 작업만 최소 2주는 걸린다”고 밝혔다. 특히 지역가입자와 달리 직장가입자는 건보료에 근로소득만 반영하기 때문에 금융소득과 부동산 자산 관련 별도 기준도 필요하다.

지급 시차로 인해 정책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차를 두고 나눠 지급하면 일시에 전액을 지급하는 것보다 소득 진작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시간보다 국민 수용성이다. 건강보험료 기준을 두고 ‘왜 내가 상위 10%인가’란 반발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맞벌이 부부 중 한 명은 자산까지 보는 지역가입자, 다른 한 명은 소득만 반영되는 직장가입자일 경우 가구 월 소득만으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 2020년과 2021년 지급 당시에도 기준이 혼란스러워 ‘일단 이의신청부터 하자’는 분위기가 퍼졌고, 실제 이의신청은 각각 44만 건, 46만 건에 달했다.

2021년 46만 건 이의 신청 가운데 19만 건(41.2%)은 건강보험료 조정, 16만7000건(35.7%)은 가족 구성원 변경, 1만4000건(3.0%)은 재산세ㆍ금융소득 기준 이의 등이었다. 정부는 당시 이의 신청을 대거 수용해 애초 88%를 대상으로 했던 지원금을 실제로는 90%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이의 신청이 늘어나면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대상자에게 지급될 수 있고, 재정 절감 효과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선별지원’을 둘러싼 논쟁은 매번 반복되고 있다. 2018년 아동수당 지급 당시에도 재정 부담을 이유로 소득 하위 90%에게만 지급하기로 했지만, 상위 10% 선별에만 약 1000억 원의 행정비용이 들자 결국 전 국민 지급으로 바뀌었다.

전문가가들은 ‘선별 지급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아동수당 소득 선별 작업에 참여했던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법 개정이 예정된 만큼 공적이전지원 항목을 신설해 민생회복지원금을 이 항목으로 분류하고 연말정산 때 고소득층은 세율에 따라 환수하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차상위계층이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처럼 대부분 면세점 이하인 경우에는 자동으로 전액이 지급된다. 당초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서도 이 같은 방식이 제안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석진 교수도 “연말정산을 통한 환수 방식은 코로나19 시기부터 제안돼 온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면서도 “다만 ‘줬다 뺏는’ 방식이라 국민 수용성이 낮은 것이 문제다. 매번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만큼 전 국민 생계비 계좌 등 새로운 시스템을 정부가 고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생회복지원금의 소비 효과는 아직 분석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례에 비춰보면 20~40%로 추정된다. 이는 정부가 투입한 재정 중 20~40%가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지고, 나머지는 기존 소비를 대체하거나 저축된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코로나19 당시 재난지원금으로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를 확인했다. 이우진(고려대)ㆍ강창희(중앙대)ㆍ우석진(명지대) 교수의 공동 연구는 소비 효과를 65.4~78.2%로 더 높게 추정했다. 정부 이전 지출의 일반적인 효과는 10~20%에 그치지만, 코로나19 당시에는 눌렸던 소비가 급증하면서 효과가 크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는 경기 침체로 소비 성향이 다소 높아져, 당시만큼은 아니어도 40~50% 수준은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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