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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중동발 석유 공급 차질로 유가와 운임 상승이 우려되는 22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앞 유가정보판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공격이 분위기 전환을 꾀하려던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동시에 물류 대란과 원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회복한 코스피가 다시 흔들리고,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도 상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22일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정부가 가장 주시하는 건 국제유가 상승이다.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국제유가 상승에 큰 타격을 받는다. 유가 상승은 국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난 13일 배럴당 74.23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20일 76.84달러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같은 기간 74.23달러에서 77.01달러로 급등했다. 서울 휘발윳값도 21일 1721원을 넘었다. 통상 국내 유가는 국제유가를 2~3주 정도 시차를 두고 따라간다. 다음달부터 소비자 물가 상승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쟁이 길어지면 지난달 1.9%로 안정됐던 물가상승률이 2%대 후반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7일 보고서에서 “7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내외까지 올라가고 이후에도 전년 대비 20% 수준의 상승이 지속된다면, 올해 4분기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후반대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면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류 대란 우려도 크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의 물류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에너지 공급 대란이 불가피하다.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곳이 막히면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로 석유화학, 전력·가스, 철강, 도로·운송업 등의 원가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 역시 단기적으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6·3 대선 이후 꾸준히 오른 코스피 지수는 지난 20일 3021.84로 2021년 12월28일 이후 3년 6개월 만에 3000선 위로 올라섰지만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 13일엔 장중 2900선을 밑돌았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시나리오까지 남아 있어 양측이 협상하기 전까지는 시장에 어느 정도 위험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초기 주가 하락 전망이 우세하나 일부는 반등이 예상된다”며 “향후 사태 전개에 따라 유동적이나 중장기적으로는 회복과 변동성 확대 전망이 병존한다”고 전했다.

환율도 불안하다. 전쟁이 확산하면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가 몰리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달러·원 환율은 1400원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가뜩이나 둔화하는 수출 국면에 ‘전쟁’ 역시 부담 요인이다. 중동 지역이 한국의 주요 수출 지역은 아니지만 글로벌 공급망 불안 확대에 따른 교역 위축 등 간접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전쟁으로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현상) 위험이 커진 것도 대미 수출 둔화 요인 중 하나다.

2차 추경으로 경기를 진작하려던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보다 금리 인하를 미룰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경기 회복 속도가 늦춰진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불확실성이 고조되면 기업이 신사업 진출이나 신규 투자를 아끼면서 추경의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것”이라며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형일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이날 ‘중동 사태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으며 향후 이란의 대응 양상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각 기관이 모두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중동 사태 동향과 금융·실물경제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특이동향이 생기면 기관 간 긴밀한 공조 하에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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