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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외교적 해결 노력에서 군사 개입 선회
이란 최고 지도자와 회담 무산되자 협상 포기
美, 이란 정권 교체 의사 없어… "일회성 공격"
영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시설을 폭격한 21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다가 돌연 이란 핵 시설 공습을 감행한 배경에는 이란과의 직접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을 방법은 군사 개입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대외정책 기조였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어긋난다는 대내적 비판이 일부 수그러든 것도 한몫 했다.

"이란의 핵농축 역량 파괴가 목적"



21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란에 '2주' 협상 시한을 제시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이번 대(對)이란 군사 작전은 지난 며칠간 열린 국가안전보장(NSC) 회의, 긴밀한 군사적 준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직접적 협력을 거쳐 내려졌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외교적 협상을 우선시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첫 공습에 나섰을 당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을 용인하면서도 "이번 공격에 미국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한 것은 16일쯤부터로 보인다. 이날 그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던 캐나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이스탄불에서 미국과 이란 고위 관리들의 회담을 주선했으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JD 밴스 부통령,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를 보낼 의향이 있으며, 자신이 직접 튀르키예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밝힐 만큼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회담은 무산됐고, 이란 핵 프로그램을 없애기 위해서는 군사적 행동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미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보도했다. 산 속 깊은 지하에 숨겨진 포르도 같은 핵 시설 파괴를 위해선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스라엘의 요청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종 결정은 전날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오후 6시쯤 뉴저지주(州) 베드민스터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한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서 이란 공격 감행을 최종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습이 벌어진 21일 워싱턴 D.C. 라파예트 공원에서 미국의 개입에 반대하는 시위자가 포스터를 들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2주 시한" 제시 이틀 만에 기습 공격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이란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격 이틀 전 이란에 제시했던 '2주' 협상 시한이 이란의 경계심을 늦추기 위한 일종의 '기만술'이었다는 얘기다. 미국 4성 해군 제독을 지낸 제임스 G 스태브리디스는 미 CNN방송에 "이란에 경계심을 늦추게 하기 위한 영리한 전략일 수 있다"면서 이란의 방심을 유도하는 기만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그는 17일 NSC 회의에서 이미 이란 공격 계획을 승인했으나 최종 명령은 보류한 채 이란이 핵연료 농축을 중단할 의향이 있는지 다시 한 번 평가하라고 했다고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그간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했던 미 공화당 일부 세력들은 이스라엘-이란 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강력히 반대해왔다. 미국이 이란 지도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이스라엘의 장기전에 휘말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핵시설 공격이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 세력이 이란에 제한적이고 일회적인 공습을 가하는 결정을 지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바꾼 부분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정권 교체를 위해 장기전을 벌일 생각은 없다고 밝히자 공화당 내 여론도 변화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공습은 미국이 전쟁 확대 목적이 아닌 '일회성', '단기적'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미 교착 상태에 빠진 핵 협상에서 이란이 이탈 조짐을 보이자 협상으로 이끌기 위한 일종의 '채찍'이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WSJ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측에 이번 공격이 정권 교체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일회성 공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감행 몇 시간 전 이란과 외교 접촉에서 "이번 공격이 미국의 계획의 전부이며, 이란의 정권 교체는 계획에 없다"고 전달했다고 미 CBS 방송은 전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도 이란에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향후 공격은 훨씬 강력하고 훨씬 쉬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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