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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비정규직 파업 손배 대상자 숨지자 승계신청
노동계 “전례 없는 일, 반인권적 처사” 반발
지난 2013년 1월26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 모인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어 현대차의 불법파견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울산/이정아 기자 [email protected]

현대자동차가 과거 비정규직 투쟁과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를 한 노동자가 숨지자, 이 책임을 70대 노모한테 지게 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계는 노동 분쟁 사건에서 전례 없는 일이라며 현대차의 반인권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22일 현대차가 부산고법과 울산지법에 낸 ‘소송수계신청서’를 보면, 현대차는 지난 19일 15년 전 울산공장에서 있었던 불법파견 노동자 정규직화 투쟁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조가 벌인 파업에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 가운데 지난 1월 숨진 송아무개씨 사건 2건에서 송씨 대신 상속인인 75살 노모한테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청했다. 현대차는 신청서에서 “송씨는 2025년 1월 사망하였는바 송씨 상속인인 어머니 이○○로 하여금 피고 송○○의 지위를 수계해 위 사건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신청하오니, 이를 허가해달라”고 밝혔다.

송씨는 2003년 1월부터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소속으로 생산관리 업무 등을 하던 중 2010년 11월과 2013년 7월 현대차에 만연한 불법 파견을 시정하라는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에 가담해 각각 1시간가량 생산라인을 멈춰 세웠다. 현대차는 이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울산지법은 송씨 등 5명한테 2312만원, 부산고법은 송씨 등 2명에 37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023년 6월 대법원은 파업 당시 발생한 손해가 나중에 추가생산 등으로 회복된 사정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고, 현재 울산지법과 부산고법에서 다시 심리 중이다.

이 과정에서 송씨는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22년 10월 현대차가 불법 파견 상태에서 19년간 고용한 책임이 있다며 송씨를 현대차 소속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송씨는 정규직으로 전환돼 일하다 지난 1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애초 손배 소송의 피고는 울산지법 사건 58명, 부산고법 사건 28명 등 86명이었으나 현대차의 변칙적인 특별채용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취하됐고 송씨 등 6명만 남게 됐다. 배상이 선고된 두 사건의 원금은 6062만원이나, 그 동안 쌓인 지연이자가 1억7733만원으로 모두 2억3795만원에 달한다.

노동계는 노조의 파업권을 옥죄기 위해 사용자에 의한 손해배상 소송이 남발되는 가운데 당사자가 숨진 뒤 가족한테까지 책임을 묻는 건 반인류적인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노동현장의 손배·가압류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 잡고)의 윤지선 활동가는 한겨레에 “한진중공업·쌍용자동차 등 손해배상 소송 중에 노동자가 숨진 일이 있었으나, 회사 쪽이 가족한테 책임을 물은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현대차가 사내하청 형태로 비정규직을 착취해 수조 원에 이르는 인건비 차액을 챙기며 세계 3위 자동차 회사로 도약해놓고도 이들 비정규직의 노고는 깡그리 무시해왔다”며 “이번 소송수계 신청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철저히 짓밟는 것도 모자라 가족에까지 책임을 떠넘기는 잔인하고 냉혹한 행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법률에 따른 절차를 이행한 것일 뿐”이라며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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