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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19일(현지시각) 촬영한 이란 포르도 핵시설의 전경. 흰색 건물은 부속건물로, 우라늄 농축시설은 산 지하에 위치한다. 사진 AFP 연합뉴스

미국이 폭격한 이란의 핵시설 3곳은 이란 핵 능력의 핵심인 곳들로, 만약 완전히 파괴되었다면 복원까지는 상당히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파괴 정도를 두고 미국과 이란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의 핵심 핵농축 시설을 완벽하고 완전히 제거했다”고 밝혔다. 반면 모하마드 마난 라이시 이란 의원은 같은 날 이란 파르스 통신에 포르도 핵시설이 심각한 손상을 입지 않았으며, 피해는 대부분 “지상 부분에 국한돼 복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란만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이들 핵시설 외부의 방사능 수치에 변화가 없다고 발표해, 핵물질을 이란 내 모처에 옮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단, 미국이 이란 핵시설 포르도, 이스파한, 나탄즈 등 3곳에 적지 않은 수준의 폭격을 퍼부은 것은 사실이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와 에이피(AP) 통신은 “6대의 비-2(B-2) 폭격기가 포르도 핵시설에 ‘벙커 버스터’ 폭탄 12발을 투하했다”고 미국 고위 관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한 “미 해군 잠수함이 30대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나탄즈와 이스파한 핵시설에 발사했고, 나탄즈에는 한 대의 B-2 폭격기가 두 대의 ‘벙커 버스터’를 떨어뜨렸다”고 덧붙였다.

포르도가 가장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것은 이곳이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시설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지하 80~90m에 위치해 있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60㎞ 떨어진 깊은 산 속 암반 아래 위치했다. 두 개의 거대한 농축 공간에 약 3000개의 원심분리기를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포르도 핵시설이 계속 가동될 경우 이란이 현재 보유 중인 60% 농축우라늄을 이용해 무기급인 90% 농축우라늄 233㎏을 3주 만에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땅을 깊숙이 뚫고 들어가 폭발하는 ‘벙커 버스터’형 폭탄 중에서도, 미국이 보유한 최신형 ‘GBU-57 MOP’로만 공략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1개당 무게가 13톤에 이르며, 비핵무기 중에선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에선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비-2(B-2) ‘스피릿’ 폭격기만이 이 폭탄을 탑재하도록 지정했다. 이번 폭격에서 비-2 6대는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공중 급유를 받아가며 37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비행해 임무를 수행했다고 익명의 미국 고위 관리가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다만, 벙커버스터가 포르도 핵시설을 충분하게 파괴했는지 단정하기는 이르다. 실제로 ‘GBU-57 MOP’도 이론적으론 지표면은 60m까지 파고들 수 있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은 18m까지만 뚫을 수 있다. 지하 시설물의 정확한 형태를 알지 못한다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포르도 핵시설을 완파하려면 ‘벙커 버스터’ 여러 대를 떨어뜨린 뒤 추가로 ‘전술 핵무기’까지 투하해야 한다는 시나리오를 미국 국방부의 산하 조직인 국방위협감축청(DTRA)이 낸 바 있다. 게다가 ‘GBU-57 MOP’가 실전에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5월 미국 뉴멕시코 화이트 샌즈 미사일 실험장에서 미 공군의 비(B)-2 스텔스 폭격기가 벙커 버스터 폭탄(GBU-57 MOP)을 투하하는 모습. 출처 유튜브 Ultimate Military Channel

나탄즈 핵시설은 이란 최대 우라늄 농축시설로, 지상과 지하 모두에 핵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에 지상용 토마호크 미사일과 지하용 벙커 버스터 폭탄의 공격을 동시에 받았다. 여기에는 약 1만4000기의 원심분리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첫 공습 때 공격을 받아 건물 4곳이 파손돼 핵시설 내부에 핵 오염이 발생한 바 있다.

이스파한 핵시설은 무기급에 가까운 고농축 우라늄을 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최대 원자력 연구시설인 핵기술연구센터도 위치해 있다. 또한 이스파한주(州)에 “거대하고, 새로운 (네 번째) 우라늄 농축시설”이 만들어졌다고 지난 19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지역들이 파괴됐다면, 이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수년간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엔엔(CNN)은 “핵시설의 피해에 대해 신뢰할만한 평가를 내리기엔 이르다. 날이 밝고 항공 정찰로 피해를 확인한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며 “거기에 더해 통신 감청과 같은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당국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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