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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얼마 전까지 일본은 쌀값으로 난리였습니다. 1, 2년 새 쌀값이 급등했습니다. 일본인들은 한국 여행을 와서 쌀을 사갈 정도였습니다. 기후가 변했다느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먹어서 그렇다느니 분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 내 쌀값이 드라마틱하게 떨어졌습니다. ‘느린 행정’의 대명사인 일본 정부에서 일어난 이례적 사건입니다. 이를 실행한 주인공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입니다.

그는 취임 직후 비축미를 풀어 쌀값을 잡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반발과 빈축이 이어졌습니다. 같은 자민당 내에서 농업법인들과 연결된 원로들은 반대했습니다. 야당은 동물이나 먹을 쌀이라고 빈정거렸습니다.

고이즈미는 굴하지 않고 현미를 도정해 일주일 만에 쌀을 반값에 풀었습니다. 여차하면 미국 쌀도 수입하겠다고 했습니다. 반값 비축미는 품절이 됐습니다. 그동안 창고에 숨겨져 있던 쌀도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고이즈미는 한발 더 나갔습니다. “쌀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농산물도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전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이지만 자민당 내 비주류입니다. 국내에서는 ‘펀쿨섹’으로 유명하지요. 쌀값 급락으로 그의 인기는 치솟았습니다. 단숨에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던진 질문은 간단합니다.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국내 얘기를 해볼까요. 안개가 걷히니 폭풍우가 남기곤 간 흔적이 모습을 드러내는 듯합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나니 사람들 눈에 경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신정부 출범과 함께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30평대는 60억원을 넘어섰고 곧 1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강남, 서초, 송파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막으니 인근 마포, 성동, 광진, 강동, 동작으로 불길이 번져가는 모양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세금으로 부동산 잡지 않겠다”는 발언에 서울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된 영향입니다. 패닉바잉이란 단어도 다시 등장했습니다.

물가도 심각합니다. 지난 수개월간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밥상 물가는 서민들을 옥죄고 있습니다. 가격을 올리는 것은 기업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납득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인상 시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6개월간 사실상 무정부 상태를 틈타 올렸다는 비판을 받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물가와 관련한 또 다른 걱정은 중동의 전황입니다. 그동안 유가가 비교적 안정돼 있었지만 이마저 악화되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라가는 것은 또 있습니다. 어음부도율와 어음부도금액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의 대출 상환 연체율도 지난 1분기 말 기준 9%를 기록했습니다.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대외적 상황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이 언제 관세 협상이라는 압박카드를 들고 나올지 모릅니다. 새 정부에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숙제가 앞에 놓여 있지만 새 정부는 아직 진용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 사령탑 기획재정부 장관도, 부동산을 관장할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명하지도 못한 상태입니다.

과제는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습니다. 부동산은 잘못 건드리면 정권을 뒤흔들 폭탄이 될 것이고, 물가는 섣불리 나서면 시장에 과도한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입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 부실은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정책도 일시적 처방에 그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새 정부에 솔루션을 찾는 능력이 요구되지 않을까 합니다. 고이즈미 사례에서 배울 점이 있습니다. 모든 정책의 목표는 국민의 문제(쌀값 상승)를 해결하는 데 맞춰져야 하고 그 방법은 단기적(비축미 방출), 근본적 방법(경쟁체제 도입)이 동시에 활용되어야 합니다. 또 속도감(일주일 내에 판매)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 더 기득권과의 충돌(자민당과 농업법인 등)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고이즈미는 직접 비축미 시식회를 하며 국민을 설득했습니다.

물론 한국 경제의 현재 문제는 일본 쌀값보다 100배쯤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 설정입니다. 대통령학 학자들은 말합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과 관철하는 설득력이 대통령의 성공 요인이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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